비 오빠는 여자친구 있어?

여자친구는 없고, 엄청 예쁜 와이프가 있어

by 이니슨

올해 7살이 된 딸아이가 6살이던 지난해. 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마! 비 오빠는 여자친구 있어?


응? 뭐라고? 가수 비에게 여자친구가 있냐는 물음이었다. 그가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나도 오빠라고 부르지 않는데, 겨우 6살짜리가 비 '오빠'라니.


△가수 비(출처 = JTBC <히든싱어> 웹사이트)



한 방송사의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을 아이와 같이 본 적이 있다. 마침 비가 나온 회차였다. 그때 딸아이는 처음으로 만화 속 인물이 아닌 현실 속 인물을 봤다. 게다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춤을 추고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아이에게 놀라움 그 자체였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알았다고 해야 할까.


그 이후로 아이는 종종 비가 노래하던 모습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에게 여자친구가 있냐니. 그것도 '비 오빠'에게.


나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어이가 없어서 한참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비 오빠라고? ㅇㅇ야. 그 사람이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

"그래? 그럼 비 아저씨 여자친구 있어?"

"여자친구는 없을걸~. 대신 결혼한 사람이 있어~"


내 대답에 아이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고는 내게 비가 결혼을 한 게 정말 맞냐며 여러 번 확인했다.


"진짜 했어. 되게 되게 예쁜 이모랑 했어~. 딸도 둘이나 있대~"


아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급기야 내게 비랑 결혼한 사람의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배우 김태희의 사진을 찾아 보여줬는데, 그 이후의 아이 반응이 나를 또 한 번 웃게 만들었다.


"뭐야~. 하나도 안 이쁘잖아!"


그럴 리가 없다. 김태희가 안 예쁠 리가 없다. 그저 안 예쁘다고 생각하고 싶은 거겠지.

△배우 김태희(출처 = 스토리제이컴퍼니 웹사이트)


그 말을 하는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뾰로통한 아이의 표정에서 그 마음을 살짝 읽을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겨우 6살 꼬마 아가씨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다니 놀랍기도, 웃기기도 했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내 어릴 적을 떠올렸다. 중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는 아이돌 방송 프로그램을 빠짐없이 찾아보고 방송국을 쫓아다니던 내 모습. 이 아이도 머지않아, 아마도 나보다 빠른 시기부터 아이돌을 쫓아다니느라 바빠질 게 뻔히 보인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왜 이렇게 웃음이 나는지.


그날 밤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 ㅇㅇ 5분 대기조 할 준비해~. 방송국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해야지~. 친구들도 같이 데리고 다녀야 하니까 승합차라도 한 대 뽑아야 하려나?"




나는 어릴 적 내 엄마와는 달리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든 누구든)을 같이 좋아할 것이다. 같이 방송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방송국이나 콘서트에도 같이 가고.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날을 생각하니 묘하게 재밌어진다. 그때가 되면 나도 다시 중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려나. 뭔가 아이와 정말 친구처럼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렇게 뜻밖의 상황을 만난다. 아이와 함께 하는 매일매일이 새롭고 놀라운 일 투성이다. 물론 화가 나고 힘들게 하는 일들도 수두룩하지만.

가끔 아이의 자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내일은 또 어떤 것으로 나를 놀라게 할까 기대도 된다.


아이는 비가 결혼을 했고, 아이가 둘이나 있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랐지만 나는 아이와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즐겁다. 어서 커서 손잡고 방송국 구경 갈 날을 기대해 본다.



PS. 물론 그때가 되면 공부 안 하고 아이돌만 쫓아다닌다고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되겠지만 지금은 상상만 해도 재밌다.






JTBC <히든싱어> 비 편을 같이 본 큰 아이(10살, 남)도 매일 비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특히 모창능력자가 <히든싱어 6> 왕중왕전에서 '너를 붙잡을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열광, 그 춤을 따라 추겠다며 식스팩 만들기에도 돌입했다(정말 생길지 모르겠지만).


언제 이렇게 큰 걸까.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찐'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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