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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슨 Apr 19. 2020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내가 느끼는 오만가지 감정들

독박육아 에세이

코로나19로 집콕하고 계신 여러분, 모두 안녕하시죠~?


아이와 함께하는 많은 부모님들이 그러겠지만 나는 두 아이들과 매일 '집콕' 중이다.


잘 알겠지만 말이 '집콕'이지 '격리'나 다름없다. 단, 누가 집에만 있으라고 한 건 아니니 '자율격리'라고 할 수 있겠다. 최근들어 이틀에 한 번 꼴로 단지내 놀이터에 잠깐 다녀올 때도 있지만, 그조차 사람들이 많아지면 놀던 것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온다. 다행히 내 업무의 특성상 출근을 하지 않고도 '마감'의 형태로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재택근무를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루 종일 두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모르는 사람들은 '자기 자식 데리고 있는데 뭐가 그렇게 힘드냐!'며 혀를 찰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순한 아이라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새끼들은 내가 지킨다'며 힘차게 하루를 시작했다가도 싸우고 말 안 듣고 징징대는 아이들과 하루를 보내다보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엄마인가 싶어 좌절도 하고.



이번 글은 코로나19로 두 아이와 집콕을 하면서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다.



#열정

"내 새끼들은 내가 지킨다"


처음 아이들의 개학이 연기됐을 때는 '그래. 내 새끼는 내가 지킨다'라는 마음이었다. 내심 '다행이다'라는 마음도 있었다. 아직 코로나19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서 불안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사실 내 자율격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 말, 설 연휴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나는 약 2주일 동안 두 아이들을 학교 돌봄교실에도, 유치원에도 보내지 않았었다. 나 역시 모든 일들을 집에서 처리했다. 그때가 1차 자율격리 기간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렇게 내 새끼를 지킨다는 열정이 가득했고, 또 가득하다. 열정만은..



#차분함

"괜찮아. 잘 할 수 있을 거야"


아이 둘과 함께 하루 종일 집에 있는다? 처음에는 너무도 걱정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하루 종일 같이 있어!'라며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꽤 할만했다.


오히려 '내 새끼를 지키는 일인데 잘 할 수 있어'라며 마음이 차분해졌다.



#발견

"살림하면서 애 키우는 거 생각보다 할 만하네?"


집콕을 하며 의외의 소질을 발견했다. '살림'과 '육아'가 그것이다.


나는 살림에는 젬병이며, 육아도 체질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 종일 하다 보니 꽤 할 만 했다. 치우고 정리하면서 깨끗해지는 집안을 보는 것도 좋았고, 평소에 잘 하지 않던 음식을 해 먹는 것도 재밌었다. 또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거나 색종이를 접으며 이야기를 하는 시간도 좋았다.



#짜증 #화

"그만 좀 싸워! 말 좀 들어라, 좀!!!"


그렇게 아이들과 집에서만 하루를 버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시간이 거듭될수록 짜증이 밀려왔다.


처음 몇 날은 화도 내지 않고, 짜증도 내지 않고 하루를 보내려 애썼는데 그 이후부터는 아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우울함

"왜 내겐 내 몸 쉴 수 있는 시간조차 없는 걸까"


그리고 우울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이 상황이 우울하기만 했다.


하루가 1년 같은 요즘. 시간은 많은데 왜 나를 위한 시간은 없는 걸까. 아침 준비해서 차리고 먹이고 치우고 애들이랑 놀고, 점심 준비해서 차리고 먹이고 치우고 애들이랑 놀고, 또 저녁 준비해서 차리고 먹이고 치우고.


삼시 세끼 챙겨 먹이는 것도 힘든데 여기에 청소도 해야 하고 아이들 씻기고 재우기까지 해야 한다. 어디 이뿐인가!! 틈틈이 공부도 시켜야 한다. 내 일도 해야 하고.


하루는 1년처럼 긴데 모든 시간을 아이들을 중심으로 움직여야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불평이 늘어나고 신경질적이 돼 가는 나를 발견한다. 그래서 우울함은 더욱 커져만 갔다.



#포기 #허용

"놀아라~. 놀 만큼 놀고 자자"


이 스트레스가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봤다. 두 아이와 하루 종일 집에 같이 있는 게 가장 기본적인 문제겠지만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이 제 기준에 따라 움직여주기만을 바라기 때문에 화가 나고 힘든 것이었다.


텔레비전 볼 생각만 하지 말고 스스로 책도 보고 공부도 했으면 좋겠는데 내 아이들 성향에는 그게 쉽지 않으니 서로의 가치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기준을 낮춰 일부를 포기하고 또 허용하기로 했다.


첫 번째 허용한 것은 '늘어놓는 것'이었다. "한 가지 놀다가 다른 것 할 때는 하던 거 치우고 다른 거 해"라고 하던 내가 "놀 만큼 놀아라! 대신 나중에 다 치워야 해!"라고 바뀌었다. 평일에는 엄격히 통제했던


티비와 패드도 허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티비도, 패드도 보여주지 않고 하루를 보내려고 내 스스로를 압박했었는데, 그러다 보니 나나 아이에게나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을 느꼈다. 내게 티비와 패드 없이 하루를 집에서 보내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늦게 자는 것도 포기하고 허용하는 것 중 하나다. 평소 같았으면 9시 반이면 무조건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그런데 요즘은 10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한다. 다음 날 학교도, 유치원에도 가지 않으니 자는 시간에 자유를 허용한 것. 단, 너무 늦게 자는 것은 규칙적인 생활에 방해가 되므로 10시 반, 늦어도 11시까지는 자는 것으로 아이들과 합의했다.


일부를 포기하고 허용하되 계획은 세웠다. 하루 종일 티비 보고 패드 보고 장난감만 갖고 놀면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아이들과 대화를 통해 공부하는(혹은 책 읽는) 시간과 분량을 정해서 그만큼은 꼭 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하루에 독해나 연산, 영어 등을 1일 양만큼은 꼭 하는 것!



#좌절 #후회

"난 왜 이렇게 나쁜 엄마일까"


그런데도 이 생활이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내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니 잘 해보자고 그렇게 다짐을 해 놓고,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름 할만하다고 생각해 놓고, 포기하고 허용하고 계획도 세우는데 왜 이런 걸까. 티비와 패드를 허용해 놓고도 그것만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화가 나는 모순적인 마음도 생겼다.


그렇게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면서 '난 대체 왜 이것밖에 안 되는 엄마일까' 곧잘 좌절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내가 조금만 참았으면 됐을 건데 왜 화를 참지 못했을까' 후회하고 반성하고 또 좌절한다. 잠드는 시간까지 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가 잠든 아이들을 보면서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


'내일은 잘해보자' 마음먹지만 다음날 또 그러고 있는 저를 보면서 후회와 반성과 좌절은 무한 반복..




#외로움

"나도 사람이랑 술 마시고 얘기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몸과 마음이 힘든 데도 제 옆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때때로 나를 외롭게 한다.


남편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니 예전보다 더 늦은 시간이 돼서야 집에 돌아온다. 일적으로 늦는 것이니 탓할 수는 없지만 이런 내 마음을 이야기할 곳이 없다는 것은 정말 외로운 일이다. 아이들 재운 후에 혼술을 하면서도 늘 이렇게 혼술만 하는 내가 처량하고 불쌍하기도 하다.


사람이랑 술 마셔본 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꼭 술이 아니어도 된다. 사람을 만나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다.



#불안 #측은함

"서로를 응원하며 이겨내자고요"


그 와중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집단으로 확진자가 생기고, 가까운 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알림이라도 오면 마음이 그렇게 불안할 수가 없다. 물론 아이들과 집에만 있기 때문에 확진자와 동선이 겹칠 일은 없겠지만 '이제 조금씩 종식의 수순을 밟는 거겠지~' 가졌던 희망이 빨간불이 켜지면서 불안함은 더욱 커지기만 한다. 집콕만 하는 나와 아이들과는 달리 남편은 일상생활을 지속하고 있기에 불안함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확진된 사람들이 측은하다는 생각도 든다.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들 역시 어디서 감염이 됐는지 모르는 코로나19의 피해자일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안 좋은 말들을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가 조심하면서 이겨나가야 할 상황이다. 모두가 예민한 요즘이지만 그 예민함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감사

"무탈한 하루에 감사합니다"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생겨나고 있는 이 상황에도 하루하루를 별일 없이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한다. 가족 모두 무탈하게 건강히 지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 또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값진 시간이었는지도 깨닫게 되는 감사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계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분들에 비하면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지내는 하루가 힘들다는 것은 한낱 투정에 불과하다. 그분들이 있기에 저희 가족이 감사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거겠지. 그리고 택배 기사님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로나19, 내게도 매일이 힘들지만 그것보다 더 힘들게 이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께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드리며

"오늘도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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