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내가 듣고 싶었던 말

너나 잘 하세요

by 이니슨

걱정되는 일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별 일 아니지만 내겐 큰 실수 같았고, 걱정거리였다. 그에게 말했다. 내가 그랬다고. 그래서 걱정된다고.


그는 내게 생각이 짧다고 했다.


네가 뭐 그렇지. 생각이 짧은 게...(어디 하루 이틀 일이야?)


뭐.. 뭐라고? 둔탁한 것에 심장을 얻어 맞기라도 한 듯 찌릿했다.


이제 내가 무엇을 걱정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할 때는 걱정할 거리도 아니라며 비웃을 문제였다.



이젠 그가 내게 '생각이 짧다'라고 말한 게 팩트다. 그것도 매번 그렇다는 말.


그는 툭하면 내 말문이 막히는 말을 쏟아낸다. 내 가슴에 비수가 되는 말들을 내뱉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그게 내게 상처가 된다는 것도 모른 채.


그 말을 들으면 나는 더 이상 어떤 대화도 하고 싶지 않아 진다. 나를 '생각 없는 사람' 취급하는 사람과는 어떤 대화를 해도 의미가 없다.


종종 그가 나를 보는 눈빛은 생각 없는 신입사원 보는 듯한 느낌이다. 또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원래도 웃는 상은 아닌 그가 그렇게 잔뜩 찡그린 얼굴로 나를 보면 나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찾아서 숨고 싶어 진다.


그가 내 말에 길게 내쉬는 한숨은 "됐다. 내가 참아야지, 또!"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런 눈빛, 그런 표정, 그런 한숨은 내 목을 조르고 나를 바닥 깊숙한 곳으로 끌어내린다. 때로는 절벽에서 떠밀리는 듯하기도 하다.


나는 누구에게도 생각이 짧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가 유일하다. 오히려 다른 이들은 내게 쓸데없이 생각이 많은 게 문제라고 했다. 단순하게 살아도 된다고. 그런 내게 그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번 생각이 짧다고 하는 것이다. 빌어먹을.


아마도 그는 내게만은 속에 있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인가보다. 나는 그에게 하고 싶은 부정적인 말들도 삭이고 삭여서 소화시키고 마는데, 그는 그렇게 쏟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인가보다.


나는 생각이 짧지 않다.

그가 모를 뿐이다.

그는 어차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하니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 관심도 없으니까.


그런데도 그는 함부로 말한다. 그가 생각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겠지만 남을 평가하기 전에 본인의 깊이나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남한테 이렇다 저렇다 평가질 하지 말고.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냥 "그랬구나~", "괜찮아."였다. 그거면 되는 문제였다.


내 기대와 달리 그는 또 내 가슴을 후벼 팠다. 한 번 뱉어진 말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누군가가 아무렇게나 한 말 한마디는 다른 누군가에겐 크디큰 상처로 남는다. 평생 아물지 않는 상처.


그래서 나는 또 그에게 말을 줄일 것이다. 그는 내가 어떤 말을 하든 내가 생각이 짧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이봐, 당신!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날카로운 말을 던지기 전에 본인에 대해서나 생각해 봐. 네 말의 품격, 정말 저질이거든.
너나 잘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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