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강요당하기 전에 퇴직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22년차 직장인으로서 마지막 소원이 있습니다.
일단 저는 운이 좋게도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2년간 이직 없이 한 회사에서만 직장생활을 했구요.
나름 오래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지나고 보니까 생각보다 짧은 느낌입니다.
그동안 이직의 기회도 있었고 재미도 있었지만 괴로운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독선적이거나 완벽주의 상사 때문에 많이 힘들었구요.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지금 자신의 일이나 위치가 가장 힘들죠.
그 중에 저는 더 많이 힘들었던 것 같구요.
어쨌든 22년간 직장생활을 해보니까 즐거운 기억보다는 나쁜 기억이 더 많습니다.
그래도 나중엔 모두 좋은 추억이 되겠죠?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지금 직장생활의 꿈이 무엇입니까?
물론 나이나 직급, 상황에 따라 다 다르겠죠.
저 또한 예전엔 확실한 꿈이 있었습니다.
저는 입사했을 때 CEO나 최소한 임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충분히 있었구요.
하지만 업무와 사람에 치이면서 자신감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나름 인정도 받고 승진도 빨리 했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신이 없더라구요.
CEO가 되겠다는 꿈은 욕심으로 생각되면서 임원만 되도 다행이라고 제 자신과 타협했구요.
원래 직장생활은 경쟁이나 비교를 통해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 하는 거잖아요.
이직도 알아보고 더 좋은 기회를 항상 기웃거리구요.
그러면서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생각하는 직장인이 되는 거죠.
명예 퇴직이나 희망 퇴직, 번아웃이나 워커홀릭, 잃어버린 시간과 건강 속에서 슬퍼하게 되는 거구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조직에서 사라지는 거죠.
이게 직장인의 숙명이구요.
그리고 어느 순간 저의 꿈은 사라지고 미래가 아닌 현재의 상황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신입사원 때 가졌던 꿈이라는 말은 이미 사라졌고 지금은 희망 사항만 남은 거죠.
CEO나 세상에 의미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막연하고 불가능한 목표보다는,
지금 당장의 워라밸이나 높은 연봉이 훨씬 중요하구요.
혹시라도 승진이나 인정을 받으면 더 좋죠.
어쨌든 최대한 돈을 많이 모아서 경제적 자유나 늦게나마 파이어족이 되고 싶었구요.
회사를 빨리 그만두고 싶었거든요.
그러면서 회사를 그만두면 밖에서도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격증에도 관심이 생겼죠.
회사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나에게만 집중하니까 인맥도 다르게 보였구요.
이제는 무조건 승진해야겠다거나 경쟁에서 이기겠다는 강박을 조금은 내려 놓았죠.
이렇게 직장인으로서 욕심을 버리니까 많은 것들이 달라보였습니다.
동시에 회사의 중심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더라구요.
물론 저는 이 상황을 충분히 감내할 수가 있었구요.
그리고 어느 순간 저의 직장생활은 위로보다 월급이 더 소중해졌습니다.
22년차 직장인으로서 마지막 소원이 있습니다.
그 소원은 회사로부터 희망 퇴직을 강요당하기 전에 저 스스로 퇴직을 선택하는 겁니다.
직장인이라면 언젠가는 회사를 그만둬야 하지만,
저는 그 순간을 제가 선택하고 싶습니다.
직장생활을 제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퇴직 위로금을 받고 싶다는 딜레마가 있구요.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회사에 희망 퇴직이 실행되면 1번 타자로 신청하겠다구요.
그리고 올해 창립 이후 처음으로 희망 퇴직이 있다는 소문이 있으니 기대중입니다.
이게 22년차 직장인으로서 마지막 소원입니다.
직장인으로서 퇴직하는 모습은 누구나 동일하겠지만 자존심은 지키고 싶습니다.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겠죠?
인자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