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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4계절, 봄 여름 가을 그리고 슬픈 겨울

입사가 있으면 퇴사가 있는게 당연한 거죠

by 회사선배 INJI


1년에도 4계절이 있고 인생에도 4계절이 있다고 하죠.

직장인에게도 분명한 4계절이 있구요.

여러분들의 직장생활은 지금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나요?



오늘은 제가 22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직장인의 4계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올챙이에서 벗어나 개구리와 함께 입사했던 봄은 저에겐 신입사원 시절이었죠.

그 당시는 서툰 것은 당연했고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시기였구요.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선배거나 상사여서 힘들고 어려웠죠.

30대 누나같은 선배가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이야? 잘 생겼네~"라고 하면서 엉덩이를 툭툭쳤구요.

자존심은 상했지만 웃으면서 넘어갔죠.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웃어야만 했던 답답한 신입사원 시절에,

누군가는 신록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지만 저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직장생활 중에 가장 힘든 시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저는 신입사원 시기와 초임 상사 시절이었으니까요.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직장인의 봄은 입사한지 3년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쯤되면 첫 번째 승진과 후배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기죠.

업무와 사람들이 어느정도 익숙해졌고 인정받는 직장인이 되기 위한 준비와 도약의 시간이구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습관을 많이 만들고 잘 배워야 하는 시기죠.

기본적인 평판이 만들어지는 시기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한번 찍히면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은 시기죠.

변명이나 핑계만 대거나 거짓말을 하면 직장생활이 한방에 가기도 하니까요.

솔직히 모든 신입사원들이 잘 크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신입사원 중에 3년내 30%이상이 그만두는 거구요.

저는 봄을 사랑하지만 신입사원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봄은 개나리와 벚꽃처럼 너무 짧죠.

30년 직장생활에 3년정도니까 10%정도 되는 것 같구요.



그리고 직장인의 여름은 입사한지 3년에서 10년 사이 대리와 과장시절이죠.

이제는 회사나 조직에 대해 뭔가 확실히 아는 것 같고 구체적인 성과나 결과물이 나오는 시기구요.

업무 습관과 사람 관계가 매우 중요한 시기죠.

동시에 직장생활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대충 보이는 시기구요.

상대적으로 떡잎이 노랬던 친구들은 일찍 시들어가는 시기죠.

참고로 저는 120명의 동기와 공채로 함께 입사했는데,

직장생활 20년 동안 과장 승진도 못하고 대리에 머물러 있는 동기가 7명이나 있었으니까요.

당연히 과장에서 멈춘 동기들은 그보다 훨씬 많죠.

원래 경쟁이 치열하다는 건 많은 업무를 해야 하고 동시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미구요.

직장인의 여름은 열정과 시간을 갈아 넣어 회사에 올인하는 시기죠.

야근과 주말 근무를 가장 많이 하는 시기일지도 모르구요.

직장인에게 가장 멋진 시기로 기억되는 시간이죠.

은퇴한 직장인들의 기억이 여름으로 대표되고 많은 꼰대들이 라떼라고 하는 말은 항상 여름이잖아요.

직장인은 여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의 가을은 차장과 부장 시절이죠.

10년정도 되는 이 시기는 임원을 준비하는 시기고 직장인의 황금기인 40대가 대부분이구요.

이 시기는 경쟁하는 방법도 바뀌는 시기죠.

그 전에는 성과와 태도가 직장생활을 결정했다면,

이 시기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인맥이나 평판이 훨씬 중요하구요.

그래서 대표이사님이 저에게 "업무 실력은 충분히 이미 검증됐으니까 지금부터는 평판이나 인맥에 신경을 더 써야해!"라고 말한 거죠.

임원 승진은 업무보다 정치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실제로 임원 승진은 성과는 기본이고 그 위에 정치력이나 인맥이 작동한다고 하죠.

사람들은 이것을 운이라고 말하고 당사자는 실력이나 역량이라고 말하구요.

어쨌든 직장생활의 지속가능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바로 가을이죠.



그리고 직장인의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처럼,

말도 살이 찌지만 직장인도 살이 많이 찌죠.

업무나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고 가족이나 돈 문제 등 다른 문제들도 많아지구요.

자칫 게을러지면 운동 부족과 더불어 많은 부작용이 발생되죠.

혈압이나 당뇨, 이상지질혈증이나 통풍 등 대사 증후군이 평생 친구가 되구요.

운동이나 자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기죠.

건강 관리 외에도 가족 관리도 해야 하고 상사나 부하직원, 인맥까지 관리해야 하는

그야말로 관리의 화신이 되어야만 하구요.

게다가 떨어진 낙엽이 되지 않기 위해 회사에 최선을 다해 매달려 있어야만 하죠.

물론 떨어져도 젖은 낙엽처럼 살 수는 있지만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구요.

스치는 바람에도 바닥을 칠 수 있으니까 진짜 조심해야 하는 시기죠.



또한 직장인의 가을은 행복이 다행이라는 말로 대체되는 불행한 시기죠.

이 시기는 작은 조직의 장으로서 성과도 중요하지만 부하직원과 임원 때문에 죽을 것만 같은 시기구요.

위아래로 치이면서 업무보다는 사람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죠.

그래서 열정보다는 경험과 노련함이 필요하구요.

실력보다는 오히려 평판이나 인성이 더 중요하죠.

특히 이 시기는 대표나 임원들에게 직접 평가가 되면서 인맥이나 정무적 판단도 굉장히 중요해지구요.


게다가 실수 한방에 직장생활의 모든 것이 무너지기도 하죠.

비윤리적인 행동이나 실패에 책임을 져야하는 경우도 많구요.

불행하게도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고 버는 것보다 더 많이 나가는 시기이기도 하죠.

부모님도 모셔야 하고 자식도 키워야 하니까 위아래로 치이는 건 회사와 집이 똑같은 상황인거구요.

어쨌든 직장인의 가을은 모든 것이 고통으로 다가오는 불행한 시기가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직장인의 가을은 회사의 끝이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죠.

이미 선배들은 회사 밖으로 떠밀려 나갔구요.

지금은 내 차례를 기다리는 중이죠.


솔직히 이 고비만 잘 넘기면 왠지 다시 여름이 올 것만 같은 기대가 있긴 하죠.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 경쟁과 평가는 너무 냉정하구요.

신입사원 중에 임원이 될 확률이 2%미만이고 부장에서 임원 될 확률은 10%미만이니까 정말 쉽지가 않죠.

결과가 나오면 겨울이 오기 전에 자기 갈 길을 미리 정해야만 하구요.

슬프게도 명예 퇴직이나 희망 퇴직을 선택해야 하고 이 때는 이직이 힘든 40대 중후반 나이죠.

여름 날의 배짱이처럼 놀지도 않았는데 가을부터 너무 힘들다가 고통스러운 겨울을 준비해야만 하구요.

그래서 40대 중후반의 직장인은 내년을 준비하는 개미가 아니라 올해가 마지막인 배짱이나 매미와 같은 존재죠.

회사에서 기회가 보이기는 하지만 내 눈에만 보일 뿐,

사람들은 나에게서 기회를 찾지 못하구요.

그러니 직장인의 가을은 너무 슬픈 계절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직장인의 겨울은 생각보다 너무 짧고 추운 시기죠.

누군가는 운이 좋아서 임원이 되고 누군가는 직장생활의 최종 선택이 강제로 주어지는 시기구요.

직장인의 겨울은 임원과 퇴사의 시간이죠.

둘 다 직장생활이 얼마 안 남았다는 시그널이 확실한 시기구요.

봄과 여름엔 직장생활 마무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지금은 마무리를 해야만 하는 시기구요.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는 매년 12월에 누군가에게는 별의 시간,

누군가에게는 가혹한 시간을 선물하죠.

하지만 소중한 별도 언제 떨어질지 모르고 생각보다 금방 떨어지구요.

게다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엄청난 시간을 경쟁과 평가 속에서 보내야 했던 직장인들이죠.

이것이 직장인의 숙명이라면 받아 들어야 하는 시기구요.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이 있듯이,

입사가 있으면 퇴사가 있는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렇지만 저는 솔직히 직장인의 겨울을 잘 모릅니다.

사실 지난 가을에 겨울이 무서워서 미리 탈출했거든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기회가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용기도 있었기 때문에 과감히 선택을 했습니다.

지금은 밖에서 함께했던 친구들의 겨울을 지켜보는 중이구요.


그들도 너무 힘들기 때문에 미리 경험한 저를 찾더라구요.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까 실제로 어때? 돈은 어떻게 벌고 있어?"와 같은 질문들이죠.

직장생활이 전부였던 친구들은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생각이 엄청 강하구요.

제가 실제로 느껴보니까 굉장히 춥더라구요.

아마 회사를 나와야만 하는 그들에게는 더 추울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직장이라면 누구에게나 숙명같은 일이잖아요.

어쨌든 직장인 모두가 자기만의 계절을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직장생활은 30대는 분명한 여름이었고 40대는 누구보다 갈등이 심했습니다.

용기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했던 40대,

제가 내린 결론은 겨울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는 확신이였죠.

겨울이 너무 추운 것을 봤기에 저는 가을에 미리 도망쳤습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다행히 후회는 없구요.


그리고 직장생활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대부분 고통스럽죠.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니고 업무나 사람 관계 모든 게 힘드니까요.

저는 찾지 못했지만 여러분의 계절은 진짜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인지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https://youtu.be/5JERPgL0jT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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