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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강철저 Feb 17. 2022

다둥이냐, 외동이냐

축구감독이냐 , 야구감독이냐

며칠 전 첫째의 단짝 친구인 사랑이네 집에 초대를 받았다.

첫째와 생일이 비슷해서 함께 생일파티를 해주고 아이들끼리 즐겁게 노는 동안

나도 사랑이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사랑이가 어린이집을 끝나고 하는 교육을 들으며

나는 너무 첫째를 신경 못 써주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네 아빠는 5시에 퇴근해서 학습지도 종류별로 시킨다는데...

우린 쌍둥이 동생들 때문에 첫째의 공부는커녕

밥 먹이고 씻겨서 자기 전에 책 읽어주는 것 말고는 따로 시키는 게 없었다.


하긴 쌍둥이 동생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나도 외동 엄마였으니,

첫째를 데리고 여기저기 열심히 다녔었다.

매일매일이 일대일 데이트였다.

그런데 쌍둥이 동생들이 태어나고부터는 일대일 데이트를 하는 게 더 어려워졌다.

동생들이 태어나서 첫째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필요한 교육을 덜 받고 있는 게 아닐까.


내 속에 불안이 또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과 불안들을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의 뒤통수에 쏟아냈다.

남편은 나의 걱정을 한참 듣다가 말했다.


우리는 축구감독인 거고,
걔네는 야구감독인 거야.
룰이 달라.


무슨 소린가 봤더니, 우리와 같은 다둥이 가정은 축구 경기처럼

게임이 시작되면 경기장 밖에서 소리를 치며 지시를 할 순 있지만

일일이 어떻게 하라고 붙잡고 얘기할 수는 없는 게 경기의 규칙이다.

그저 팀으로 합심해서 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뿐이라고.


다만 사랑이네와 같은 외동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당연히 야구감독처럼

공을 던지기 전에도 서로 의논하고 얘기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과연 그런 듯했다.

 

어느 게 더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게임 룰이 전혀 다른 가정인 거다.     


각각의 가정마다 게임 규칙이 다른 운동 경기처럼 환경이 다르다.

각자의 게임 룰에 따라, 주어진 환경에 따라 경기를 해야지.

남의 게임 규칙을 가져와 나의 게임에 맞추려고 하는 것은 소용이 없는 거였다.

야구 규칙이 좋아보인다고 축구경기에 적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 가족은 우리 가족만의 장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나와 남편의 모든 에너지를 첫째에게만 쏟아줄 순 없고,

내가 일일이 첫째의 스케줄을 계획해 따라다닐 순 없다.


하지만 동생들과 함께 부대끼며 느끼는 친밀함의 기회와

아이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누릴 수 있게 편안한 가정의 판을 만들어 주는 것은

내가 줄 수 있는 것이다.


더 이상 내가 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말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덜 염려하고 듬뿍 안아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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