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헬스장에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 갔을까.

인간의 자유의지는 생각보다 강하지 않다.

by 대강철저

1. 새해 첫날 헬스장 사람들로 문전성시다.


새해 다짐 삼종세트.

-올해는 운동을 꾸준히 해보겠다.

-이어트를 하겠다.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겠다.


목표를 세우는 사람들은 많지만 대부분 얼마 안 있어 흐지부지 되기 마련이다.

왜 어떤 사람들은 목표를 이루고

왜 어떤 사람들은 작심삼일로 첫 마음이 흐지부지 되는 걸까.


1월 1일에 헬스장에 가서 1년권을 구매한 사람들도 처음 며칠은 열심히 운동을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날 너무 추워서 혹은 (도깨비도 아니고) 날이 너무 좋아서 하루 안 가게 되고 이틀, 삼일 안 가다 보면 어느덧 헬스장에 기부한 걸로(?) 끝이 난다.


역시 나는 의지가 부족해...


라고 말하면서.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유로 헬스장에 지 못하기 때문에 헬스장은 망하지 않는다. 연간 회원권을 끊어두고 한두 달만 다니는 사람들 덕분에.


운동만 그런 게 아니다.

새해엔 영어공부를 할 테다!라는 다짐은 봄바람과 함께 날아가기 일쑤고

다이어트를 해야지!라는 다짐은 스트레스를 매운 걸로 푸는 관으로 인해 볕아래 눈 녹듯 사라진다.


2. 왜 인간의 자유의지란 이렇게 나약할까.


모든 목표는 결국 오르막길이기 때문이다. 오르막길로 올라가는 것 숨이 차고 버겁다.

그런데 인간의 본성은 내리막길이 편하다. 발만 떼도 앞으로 나아가기 수월하니까.


퇴근하면 드러눕는 게 편하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가는 건 힘들다.

아침에 눈뜨면 핸드폰 하며 이불속에 뒹구는 게 편하지, 책을 집어 읽기는 힘들다.


물리학에서 모든 물체는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가만히 두면 점점 더 어그러지고 혼란스러워지는 쪽으로 변한다는 뜻이다.

깨끗하게 치운 집도 며칠이 지나면 짐이 많아지고 먼지가 쌓이고 지저분해지는 것처럼.

엔트로피를 낮추려면 끊임없이 집을 치우고 물건을 썼으면 제자리에 두고 주기적으로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은 모두 오르막인데, 우리의 본성과 버릇은 모두 내리막이다.

우리의 목표를 실현하려면 엔트로피를 낮춰야 하는 데 우리의 습관은 엔트로피를 증가시킨다.


3. 그렇다면 본성에 굴복하는 수밖에 없을까?


인간의 자유의지가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1번이다. 의지는 약하지만 습관의 힘은 세다.

생각보다 1년은 매우 긴 시간이므로 인생의 방향을 1도씩만 바꾼다는 마음으로 잘게 스텝을 나눠야 한다.


예를 들어, '올해는 헬스장에서 매일 운동해서 10킬로 빼야지'라는 목표는 이루기 어렵다.

그러나 '오늘은 헬스장에 가서 구경만 하다가 와야지.'로 목표를 낮게 설정해 두고 다녀오고,

그다음 날에는 (1시간 운동을 해야지가 아니라!) '오늘은 러닝머신 10분만 걷다가 와야지.'처럼 작은 목표부터 하나씩 성취한다.

차츰차츰 헬스장이라는 장소를 가기 싫은 곳이 아닌, 잦은 노출을 통해 익숙하고 매일 가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조금 익숙해지면 운동하기 좋은 시간대를 실험을 통해 파악하다 보면 내가 언제 운동해야 가장 쾌적한지 알 수 있게 되고, 그 시간에는 항상 헬스장에 자기 자신을 데려다 놓으면 자동으로 운동을 하게 된다.


'꾸준히 운동을 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잘게 구성된 작은 목표들의 단계가 있고 이 단계들을 밟아나가면서 자연스레 습관이 몸에 붙 신경계가 익숙해지도록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온라인 소모임을 통해 헬스장에 매일 가는 모습을 찍어서 인증함으로써 스스로에게 강제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아주 작은 습관들이 모여야 커다란 목표를 위한 눈덩이가 되어 거침없이 굴러갈 수 있다.


코끼리를 한입에 먹을 순 없지만 잘게 잘라서 먹을 수 있듯, 커다란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하려고 하면 어렵지만 작은 습관들로 쪼개놓으면, 작은 성공을 반복함으로써 스스로를 강화할 수 있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 동화에 나오는 빵조각들처럼 헬스장에 매일 가기 위해서는 잘게 습관을 뿌려둬야 한다.


마찬가지로 새벽기상을 해야지!라는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지만,

오늘은 6시 반에 오른쪽 발을 침대 밖에 꼭 내놔봐야지!라는 목표는 달성하기 쉽다.

내일은 두 발을 다 땅바닥에 붙여봐야지!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냉장고에 가서 시원한 물 한잔을 먹는 거까지 달성해 본다.

사실 새벽기상은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새벽기상을 해서 뭘 하느냐가 중요하다.

새벽 기상을 통해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한 경우에야 그게 다시 동력이 되어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오히려 새벽 기상으로 인해 다음 날 컨디션에 영향을 준다면 하지 않는 게 낫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는 시간으로 새벽시간을 이용하고 그로써 스스로에게 뿌듯함과 꾸준히 해내는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나야만 지속할 수 있다. 일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뭘 하느냐가 중요하다.


4. 신경계를 적이 아닌 동지로.


인간의 자유의지는 생각보다 하찮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성하고 싶은 목표와 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믿을 거라곤 자기 자신이 원하는 모습에 다가갈 수 있게 징검다리를 스스로 놓아주는 수밖에 없다.

신경계를 적이 아닌 동지가 되게끔 스스로에게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고 좋은 습관이 자동화되도록 몸에 익숙해지게 붙여줘야 한다.


큰 목표를 잘게 나누고, 작은 목표를 매일 달성하며

스스로를 일으켜 세우고 오르막길을 올라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습관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환경 조성이 먼저다.


책을 읽고 싶다면 책이 손 뻗는 곳에 있어야 하고

글을 쓰고 싶다면 책상에 노트북이 올라가 있어야 한다.

체력을 올리고 싶다면 꾸준히 운동해야 하고

아프지 않으려면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사람을 더 강인하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적당하지 않은 스트레스를 견디기 위해서는 내 체력과 정신력이 더 두터워야 한다.

그러려면 운동하고 책 읽고 글 쓰는 시간과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

내 삶을 남에게 기대지 않고 오로지 두터운 내 두 다리로 버티고 서야만 헤쳐나갈 수 있고 그때 필요한 것은 근력을 포함한 체력이다.


5.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매일 운동하고 매일 읽고 글 쓰는 삶은 뭔가를 이루고 난 뒤에야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뭔가를 이루지 못했을 때 이런 삶의 습관을 내 것으로 만들고 나니

뭐든 이룰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도 생겼고,

예전 같으면 도전해 보지 않았을 일에도 더 많은 시도를 해보게 되었다.

살고 싶은 모습대로 살려고 노력할 때에 그 모습에 가까워진다.


3월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바쁘다.

막상 3월 첫 주를 보내고 나면 불안이 가실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늘 2월 말은 마음이 부대낀다.

이 시기를 오히려 글쓰기에 최선을 다해보고 이루고 싶은 미래를 꿈꿔보고 설레어하려고 노력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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