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서예문자예술학과 10학번 이정화입니다!"
서예를 좋아하고, 잘하는 또래들이
이렇게나 많았다니.
난 지금껏 우물 안의 개구리였을지도 몰라.
그저 서예가 좋아서 어릴 적부터 해온 사람들,
서예가 좋아서 졸업 후 다시 학교를 들어온 사람들과,
서예뿐만 아니라 한문에 관심이 깊은 사람들 까지.
그 봄,
우리는 ‘서예’라는 공통점만 가진 채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서로를 관찰했다.
어릴 적부터 함께해왔던 학창 시절 친구들과는 도무지 나눌 수 없던, 서예에 대한 막연한 고민들을 이해해 줄 사람들이었다.
주량만큼 필력이 상승한다는 말을 핑계 삼아 부딪힌 수많은 잔들과, 정답 없는 예술에 대항하여 답을 찾고자 노력하던 논쟁의 시간까지.
그저 글씨 쓰는 것이 좋았고,
법첩 속에 있는 수많은 획을 공부하며 고민하던 우리였다.
그때의 우리는 파릇한 청춘이었고,
그 청춘의 가장 첫 페이지는
서예와 함께 해 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었다.
사회에 나와 그때를 다시 바라보니
이제 겨우 알을 깨고 나오려는 햇병아리들이었지만,
그때만큼 순수한 마음으로 서예를 오롯이 사랑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서예계를 하나 둘 떠나는 동료들의 모습에 너무 슬펐다.
어떤 이유라 할지라도 괜히 서운하고 서운했다.
그러나 다시 그때를 돌아보니
떠나는 그들의 마음은 어떠하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자신의 길을 선택하여 나아가는 그들을 진정으로 용기있는 자들이었다.
그때 우리가 함께했던 모습도 아름답지만,
새롭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그들이
마치 정체를 숨긴 스파이더맨과 닮아서 괜히 짜릿한 기분마저 든다.
그들은 어느 곳에 있더라도
화선지를 닮은 흰 바탕만 보면 손이 간질거릴 것이고,
바닷가에 가면 모래사장 위에
나뭇가지를 붓 삼아 글씨를 쓰며 주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다.
그 시절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를 닮은 스스로를 한탄했지만,
과감히 빠져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우물 속 이야기를
온 세상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전파하고 있다.
이보다 멋진 서예 전도사들이 어디 있으랴,
자신만의 무대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