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를 못 쓰는 작가가 로맨스에 빠지다.
적잖은 나이에 사랑이란 거, 사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나의 심장은 뜨겁기로 유명하다. 이 유명세를 아는 사람은 비단 ‘나 자신’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사주에 불이 세 개나 있는 것으로만 보아도 궁금한 게 많고, 진취적이고, 열정적이다. 게다가 B형이다.
오, 물론 요즘 친구들은 혈액형이 아닌 MBTI를 선호하지만 비 과학적인 혈액형별 성격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옛날 사람이며 굳이 덧붙이자면 ENFJ 다.
감정의 사치.
정확히 말 하자만 거추장스러움을 걱정한 탓 일 수도 있겠다.
화이트데이나 빼빼로 데이를 챙기는 등 거대 기업의 상업적 노예가 되고,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되며, 나의 스케줄보다는 그녀의 스케줄에 모든 것을 맞추어야 하고...
아, 이거 생각을 바꾸어야 하나?
귀찮음이 이어 달리기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시작된다면 넌 그 시작을 없었던 일인 양 할 수 있는가?’
-없다.
잠깐, 사주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내 사주엔 불과 물이 각각 세 개씩 들어 있고, 금도 두 개나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순식간에 달아오르고, 또 쉽게 식어 버린다.
기쁨과 슬픔의 온도가 모두 높거나 낮은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어쩌면 내 인생의 온도계와도 닮아있다. 처음엔 뜨겁게 시작해서 세상 만물을 태워버릴 만큼 열정적이지만 어느덧 갑자기 싸늘하게 식어버리는 것들.
정관이 두 개라 원칙을 지키고, 편관이 하나라 위기에서도 결단을 내린다고 했다.
비견이 두 개이니 자기 확신이 강하고, 편재 또한 두 개라 사람을 통해 복이 들어온다고도 했다.
그런 설명들을 들을 때면 괜히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주란 일종의 통계학인데, 나와 같은 운명을 사는 사람들이 꽤 있겠구나 하는... 나를 거쳐가는 완벽한 공감이라 할 수 있겠다.
또, 문창귀인이라 했다.
글과 말의 힘이 강해, 언어로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팔자라 했다. 그래서 위로할 수 있는 글을 써 보려 했는데, 정작 위로받을 사람은 나다.
도화살이 있다 했는데, 그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라 한다.
나는 그걸 매력이라 부르기보다, ‘사람을 향한 호기심’이라 부르고 싶다.
내겐 역마살도 있다. 참 가지가지 다 있네...
늘 떠나는 별.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눈앞의 풍경이 익숙해질 무렵이면 어딘가로 마음이 흘러간다. 이동과 변화, 그건 단순히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의 장소가 자주 바뀐다는 뜻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한 계절이 다 가기 전에 마음의 주소를 옮기고,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다음 문장을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다.
난 이렇게 태어났으니까.
사주를 통해 나의 과거의 연애사가 완벽하게 이해 가는 순간이다!
그래서 추가적인 질문을 했다.
나도 좀 변화하고 싶어서...
장점은 그대로 두고 단점은 극복하고 싶어서...
그게 모든 결핍을 가진 사람들의 소망 아닐까?
“저는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합니까? 제가... 완벽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답변은 의뢰로 간단했다. 흙을 가진 여인을 만나라고 한다.
사주에 흙이 많은 솔로는 지금바로!
그리고 현재 연인이신 분들은 다음 상대로, 반드시 ‘IN.K’라는 사람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다.
아직 나에겐 제법 비빌 언덕도 남아있고, 말년 운이 그렇게나 좋단다.
솔깃하지 않은가?
‘변화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순간의 내가 원했던건 '지금당장!'
...그러나 정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보통의 많은 이야기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순간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