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인기 Dec 23. 2018

따뜻한 크리스마스

몇 년 전 겨울 덴마크를 방문했을 때, 나는 코펜하겐 외곽의 한 작은 마을에 가게 되었다. 역에서 나오자 바로 앞에 있는 공원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 궁금해 가보니 산타 복장의 사람들이 작은 음악회를 하고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함께 기쁨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 때가 겨울이었기에 오후 서너 시만 되어도 주변은 캄캄해지는 북유럽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마을의 소박함 속에 묻어나오는 낭만이 있어서 기억에 많이 남는다.


요즈음 한국의 거리에서는 크리스마스의 낭만은 좀처럼 느낄 수 없는 것 같다. 거리의 캐롤도, 새벽송도 사라졌다. 백화점이나 광장에는 화려하고 거대한 트리의 불빛이 거리를 밝히지만 그것이 그리 낭만스럽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마저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각박한 사회에서 크리스마스를 부르는 것은 사치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영업사원들은 이때쯤이면 연매출 마감에 시달리고 있고 임원들은 재계약후 내년 계획을 세우는 시기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우리들의 삶은 많이 편해졌지만 연말은 매번 위기이고 경제는 좋아졌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은 없다. 우리는 계속 위기감을 느낀다. 그 속에 낭만과 여유, 온기는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온 날이다. 그가 인류를 구원했던 것은 순수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수년에 걸쳐 사라진 거리의 낭만이 단숨에 살아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거리의 낭만은 조금 줄어들었더라도, 사회는 위기라고 소리쳐도 이 날 하루만큼은 수익과 성취를 조금 내려놓고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그 어떠한 상황과 조건과 환경에 대한 생각은 이날만큼은 잠시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돕지 않았더라도 이날만큼은 구세군 냄비에 조금의 온기를 주고 주위의 불우한 이웃, 독거노인 분들을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선행이 하나씩 하나씩 늘어날수록 우리 자신의 마음가운데 여유가 회복되고 이것이 몇 년간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에도 크리스마스의 낭만과 온기가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방금 지하철을 나오면서 보이는 구세군 자선냄비에 조금의 성의를 드리니 기분이 따뜻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연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