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시 대부분의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은 도시는 프랑스 파리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같이 크고 화려한 도시이다. 반면, 독일은 남성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 이유는 독일 어디를 가나 간판이 매우 반듯하며, 깨끗하고 잘 정돈된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독일은 매우 작은 여러 개의 성으로 이루어진 도시들이 많다. 1871년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2차 세계대전, 1990년 동`서독의 통일을 거쳐 현재 독일연방공화국(Bundesrepublik Deutschland)이라는 하나의 큰 국가가 탄생되기 전, 중세의 독일은 영국, 프랑스와 같은 강력한 하나의 절대왕정이 아닌 크고 작은 영주들이 성곽을 쌓고 자신만의 국가를 세우며 내부의 결속을 다졌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러한 작은 성곽들을 돌아보는 것이 여행 목적 중 하나였으며, 독일에 50년 넘게 사신 큰 고모께 독일 구도시의 패턴을 듣고 보니 향후 여행하게 된 동유럽, 북유럽, 스위스 등 유럽 곳곳에서도 도시설계의 기본 원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중세 유럽도시의 기본 구조는,
먼저, 도시의 중심에 시장이 서는 광장이 있다. (독일어 : Marktplatz, 영어 : Marketplace) 이 광장은 주말 및 주중 마켓이 서며 물론, 크리스마스 시기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서는 도시의 중심이 되는 시장이다.
둘째, 그 광장 앞에는 반드시 시청이 있다. (독어 : Rathaus, 덴마크어 : Rådhus) 시청사는 가로나 세로면의 중앙에 자리잡아 시청 앞 광장을 한번에 볼 수 있도록 한다. 뮌헨, 프라하, 로텐부르크 등 일부 큰 도시의 시청 탑에서는 정오에 탑 벽면에서 인형들이 춤을 추며, 그것을 보기 위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모인다.
셋째, 시청사와 가로 또는 세로의 반대편에 분수대가 있다. 분수대는 우아한 조각으로 꾸며져 있어 마을 또는 영주의 예술적인 취향을 뽐낼 수도 있으며, 분수대의 물은 생명의 상징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크기는 제 각각이지만 어느 도시를 가건 분수대 또한 반드시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을 뒤에서 관망하듯이 시청사의 뒷면이나 주변에는 성당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원리이고 유럽여행을 조금 해보았다는 사람들은 이 글을 보고 ‘이런 기본지식은 나도 알고 있어’ 또는 ‘ 아~ 이랬었지?’ 하고 기억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곳에서 보고 기억은 나지만 정리되지 않은 기억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 수백년 전부터 시청 또는 중앙 광장은 사람들이 모이고 정보가 전달되며, 물건 사고파는 나눔과 화합의 장이 되어왔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 한국, 우리들의 약속 장소가 되고 있는 서울 시청 앞 광장이라는 개념이 수백년 전부터 생활화가 된 유럽의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와 같은 대도시나 섬에 속하는 영국은 다소 특이하여 적용되기 힘들지만 중세 유럽의 모습을 간직한 본토의 소도시들이 기본적으로 이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새겨 놓는다면 여행할 때의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않을까 싶다.
독일 바일 델 스타트(Weil der stadt)의 외부 성곽, 마켓광장(Marktplatz)과 정면 흰 건물이 시청사, 분수대
독일 동화마을 로텐부르크(Rothenburg ob der Tauber)의 성곽, 마켓광장(Marktplatz), 시청사와 분수대
독일 뮌헨(München)의 마켓광장(Marktplatz)과 정면 시청사, 분수대, 시청사 벽면의 인형극과 관광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