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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기 May 27. 2017

서울로 7017, 두 가지 목적이 상충되어버린 곳

과연 누구를 위한 길이 된 걸까?

지난 주에 개장한 ‘서울로 7017’에 다녀왔다. 평일 오후 회현역에서 친구와 만나 서울로를 걷기 시작했다. 넓은 길과 맑은 하늘에 기대감이 부풀었다. 개인적으로 뉴욕을 좋아하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뉴욕을 7번 정도 방문했고, 그 중 하이라인(High Line)은 내 베스트 싸이트 목록에 있기 때문에 매번 갈 때마다 방문했었다. 그러한 하이라인(High Line)과 견줄 수 있는 도보길이 서울에 있다는 것에 들뜬 마음으로 경쾌하게 발걸음을 했다. 특이한 것은 몇몇 건물들은 서울로 7017에서 바로 이어져있어 들어갈 수 있었다. PUB과 CAFE에서 창문을 열고 서울로를 내려다 보는 기분은 환상적일 것 같았다.

한 10여분을 걸었을까? 갑자기 더워지기 시작했다. 나무는 있는데, 그늘이 없다. 중요한 것은 아직 초여름인데, 나무가 말라 죽어가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길 양 옆으로 화분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그 사이를 피해가며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고가에서 주변의 경관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은데, 적절한 거리에서 화분과 나무가 촬영을 방해해 주었다.

확실히 주변 경관을 볼 수는 있다. 그런데, 화분들 때문에 그 주변 경관과 사진을 찍기에는 거리가 너무 애매하다. 좁은길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화분은 방해꺼리가 되었다. 그리고, 좀앉아서 넉넉하게 주변의 경관을 구경하고 싶은데, 벤치가 없다. 차라리 벤치와 그늘 막을 곳곳에 설치하지…



길 가운데에 그늘이 하나 나타났다. 지친 어르신들이 그 한곳에 옹기종기 앉아 계셨다. 화분 위에…


그나마 오늘 바람이 무지하게 잘 불어서 시원시원했지 한 여름이었으면 정말 1km 가량되는 이 길을 걷다가 지칠 것 같았다.



길의 끝으로 가면서 세 갈래의 길로 나뉘어졌고, 비교적 한적해졌다. 끝으로 갈수록 비교적 고풍스럽고 잘 가꾸어진 나무들이 나타났다. 한적한 이곳의 나무들은 비교적 조용해진 분위기와 아주 잘 어울렸다. 이 곳에 들어서면서 차분한 마음이 들었다. 차라리 이 곳에 나무를 조금 집중하고 길의 중간중간에 확트인 경관이 있는 곳에는 그냥 벤치와 프레임 등을 활용한 사진을 찍도록 하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서울로를 만든 조직에서는 ‘과연 이것을 만든 목적이 시민들의 생각과 부합한가?’ 의문이 든다.   


서울로~   

“시민들이 녹아드는 공간”, “사람들이 주변 경관을 보면서 힐링이 되고 앉아서 쉼을 얻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서울로를 정리하자면,


식물원을 만들고 싶은 서울시의 목적과

주변경관을 자유롭게 보며 사진도 찍고 즐기면서 쉬고 싶은 시민들의 목적이 상충되는 곳으로 정리할 수 있다. 


브로셔에는 각양각색의 식물들이 설명되어 있는데,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서울로 식물원?!에 대한 약간의 불만 사항들을 나열해 보았다.     


1. 온갖 식물들이 획일적으로 놓여있어 식물원 같다.   


2. 사람들은 주위의 건물들,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싶어하지만 식물 화분들이 가로 막는다.  

    식물원은 서울로 고가에 있을 필요가 없다. 그냥 식물원을 따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3. 그늘이 없어 식물들이 말라간다. 겨울에는 얼어갈 듯~  


4. 좁은 공간에 화분과 사람들이 꽉차서 오갈 수 없다.   


5. 식물은 많지만 앉아서 주변 경관을 구경할 벤치가 모자라다.   


6. 초여름임에도 불구하고 그늘이 없어서 너무 덥다. 여름에는 못 걸을 듯~    




이러한 불만 사항을 바탕으로 약간의 개선점을 생각해 보았다.     


*이미 나무와 조명에 너무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내 개인적으로 개선을 제안하자면   


1. 서울로 보도 양옆의 나무들을 제일 마지막 한적한 구간에만 설치하여 나무가 없는 구간에선 주변경치를 훤하게 보며 즐기며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사진 : 뉴욕 하이라인 High Line)



2. 길 한가운데 중간중간에 딱딱하지만 인체공학적으로 편하게 디자인이 잘된 벤치를 길 한가운데 곳곳에 설치, 그늘 막을 설치하여 걷다가 지치면 길가운데 벤치에 앉아 양 옆을 편하게 앉아서 멍~때리며 볼 수 있도록 하였으면 좋겠다.




3. 중간중간 사진의 프레임이나, 통유리로 지나가는 차들과 건물들을 시원하게 볼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멍~ 때리면서 쉬는 곳이 필요할 것 같다.




4. 그 외에 조금 발전시키자면 길에서 내려다보면 옛 건물이나 창고의 지붕들이 있었는데, 거기에 값싼 그래피티 아티스트들 불러서 그림을 그리고, 또, 광고주들 모집해서 서울시에서도 돈을 벌면 좋을 것 같다. 이건 지금이 오픈 초기라서 없지만 앞으로 조금씩 조금씩 발전시켜야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서울로 길 마지막에 있는, 강예린 건축가의 '윤슬'이란 작품은 개인적으로 정말 힐링이 되었다. 낮에 햇빛에 비친 바닥과 타일이 내가 마치 물 위를 걷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식물원은 서울로 고가에 있을 필요가 없다. 물론, 나는 건설적인 비판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의 생각이 뉴욕의 하이라인과 비슷하다고 역으로 비판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유념해 주셨으면 좋겠다. 서울로 7017을 만든 목적이 과연 무엇인가? 서울시는 나의 생각과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내 생각으로 서울로의 목적은


'시민들이 와서 쉼을 얻고, 사진도찍으며 힐링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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