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대로 철도 유산 답사기 (부산 해변열차)

by 레이노

부산하면 바다다. 부산에는 바다가 땅을 만나고 그 자리를 따라 움직이는 기차가 있다. 기차는 ‘해운대 블루라인파크’라는 이름마저 푸릇푸릇한 공원 안에 있다. 기차는 ‘캡슐 열차’와 ‘해변열차’ 두 종류다. ‘캡슐 열차’는 연인이나 가족끼리 오붓하게 타면 좋고, ‘해변열차’는 누구나 좋다. 사람이 만든 열차가 세월이 빚어낸 자연과 만나면 마음도 조화를 이룬다.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는 동해남부선의 옛 철도시설이다. 동해남부선은 말 그대로 우리나라 동해안을 따라 설치된 남쪽 선로이다. 지금은 남쪽, 북쪽을 나누지 않고 그냥 동해선이라고 부른다. 남쪽 부산에서 북쪽 강원도 삼척까지 모두 이어졌기 때문이다. 1934년 단선으로 개통한 동해남부선은 2016년 복선전철화 사업과 선로 이설을 겪었다. 새로운 선로에 밀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가까운 미포역에서 송정역에 이르는 4.8km 구간의 선로가 쓸모없게 되었다. 부산은 죽은 선로를 친환경 관광 시설로 되살렸다.


철도는 통합을 넘어 통일을 꿈꾼다. 아낌없이 내어준 동해선은 이제 희망을 품고 있다. 대한민국 동해안 최북단에 있는 제진역까지 모두 연결되면 철조망을 뚫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달릴 날이 올 것이다. 내가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다.


커피 한잔을 들고 ‘해변열차’에 몸을 맡겼다. 정해진 길을 따라 만나는 풍경은 새롭다. 모든 좌석은 바다를 향해 배치되어 있었고, 넓은 창문 덕분에 부산의 푸른 해안 절경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해변열차’는 배터리 충전 방식의 트램으로 평균 시속 15km, 편도 약 30분이 소요된다. 미포역을 지난 열차는 달맞이터널, 해월전망대, 청사포역, 다릿돌전망대, 구덕포, 송정역에 차례로 정차한다.


해월전망대와 다릿돌전망대에서 내리면 바다와 맞닿은 곳에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청사포역은 철도 건널목과 바다와 열차가 한데 모여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일본에 만화 슬램덩크로 유명한 가마쿠라가 있다면 우리에겐 청사포가 있다. 가마쿠라가 소박하고 꾸밈이 없다면 청사포는 정돈되고 아름다운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옛 송정역은 국가등록 문화재이다. 목조 단층 기와지붕의 철도 역사로 부산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다. 송정해수욕장에는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해변을 걷는 연인들, 모래성을 쌓는 아이들 모습이 어우러져 있었다. 나도 날씨 좋은 봄이나 가을에 가족들하고 와야겠다. ‘해변열차’도 타고 선로를 따라 펼쳐진 산책로를 따라 걸어야지. 아, 얘기 안 했던가. 나 지금 가족여행 답사하고 있는 거다. 아까 먹은 돼지국밥에 소주도 살짝 미리 맛본 것뿐.


기차는 시간을 선물한다. 빠른 속도로 시간을 벌어주고, 느긋한 속도로 풍경을 선사한다. 기차는 바다와 잘 어울린다. 커피와 기차 그리고 바다. 기차 소리와 파도 소리가 음악을 대신한다. 부산에 해안선을 따라 기차를 타고 바다를 감상하길 권한다. 가끔은 여유도 있어야 한다. 다행이다. 바다가 있고, 기차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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