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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Dec 20. 2019

나는 아내에게 잘해야 한다

나는 아내에게 잘해야 한다.

아내는 나보다 일곱 살이 어리다.

아내는 스물네 살에 대학을 졸업하고 그 해 결혼했다.

우리는 아이 셋을 낳았다.


나는 아침이면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

아내가 좋아할 만한 음악을 선곡한다.  

아이들이 일어나면 먹을 수 있게 달걀을 삶고 빵을 굽는다.  

달걀은 끓는 물에 넣고 8분을 기다렸다가 바로 찬물에 넣어야 한다.

아내와 나는 노른자가 익지도 흐르지도 않는 반숙 상태를 좋아한다.

커피를 내린다.

아내는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다.

커피는 산미를 줄이고 구수한 향이 깃든 원두를 갈아 내린다.

나는 더 잘해한다.

아내는 나보다 일곱 살이 어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했다.  

아이 셋을 낳았다.


쉬는 날 요리는 내가 한다.  

차려놓은 음식을 바로 먹지 않을 때 속상하다.  

가족들은 맛있다는 말은 잘하지 않고

맛이 없으면 바로 얘기를 해주는 편이다.

그래도 요리는 집안일 중에 가장 창조적인 일에 속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을 개고 '테이프 클리너'로 먼지를 제거한다.

화장실 청소는 내가 한다.

왠지 나하고 어울린다.   

'다시 출근을 했으면 좋겠다'

가끔 퇴근길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괜찮다.

더 잘해야 하니까.  

아내는 나보다 일곱 살이 어리고

아이 셋을 낳았다.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아내는 아이를 낳고 TV를 없애자고 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핸드폰으로 봐야 하는 걸 제외하면 견딜만하다.  

쉬는 날이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주말이면 여행을 간다.

밤을 새우고 아침에 퇴근을 했지만 바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래도 나는 더 잘해야 한다.

아내는 일곱 살이 어린데 결혼했다.

아내는 셋을 낳았다.


아내 친구들이 집에 오면 나에게 알려 준다.

내 친구들도 말한다.

제수씨도 거든다.

직장 동료 형수님들도

엄마도, 동생도, 친척들도...

모두 잘하라고 한다.

 

나는 잘해야 한다.

아내는 세 살...

아니 아니 

일곱 살이 어리고

나를... 

아니 아니 

아이를 셋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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