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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노 Nov 28. 2020

난처한 하느님

나란 인간...

두 명의 권투선수.
하나의 신.  
두 선수 모두 기도를 하고 링에 오른다.
제가 이길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러고 보면 하느님...

참 난처하시겠다.


내 기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라는 기도와 바라지 않는 기도.

시기에 따라 화장실이 급할 때와 급하지 않을 때로 나뉜다.  


우선 바라는 기도.

하느님께 부담을 준다.    

시기가 임박해 내민 결재 서류처럼 내용도 엉성하다.

"제발 해주세요"라는 기도는 협박에 가깝다.

"이거 해주시면 저거 할게요"라고 협상을 하기도 하지만 타결 후엔 종종 배신을 한다.

이 무지막지한 뻔뻔함은 믿음의 힘으로 승화시킨다.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은 늘 함께 계시니 내 편 이시고 다 해주신다고 믿는다.

심지어 잘못을 해도 용서해 주신다고 믿는다.


바라지 않는 기도.

하느님께 부담드리지 않는다.

그저 내 마음 편안하게 하기 위해 한다.

요가, 명상의 한 종류라 할까.

수련하는 마음으로 하느님을 떠올리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어떤 이는 돌, 나무, 구름, 태양 따위에 빌기도 한다. 

뭐 대수겠나.

선택은 자유다.

나는 하느님께 빌어야 편할 뿐.

기차 운전을 하기 전에도 십자성호를 긋고 기도한다.
성호 긋는 게 부끄러워 빼먹을 때도 있지만 기도는 하려고 노력한다.

야구 선수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반복된 동작을 나에게 접목시켜 실천하고 있다.

이따금씩 일류 평화와 환경 보전을 위해 기도 하기도 하지만

흔치 않다.


나란 인간...

나란 인간을 두고

그분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나는 잘하는 거 같은데 아내가 가끔 묻는다.

어쩜 그렇게 자기만 생각하냐고.

하느님도 묻지 않으실까?  


부디 하느님께서 아내와 같은 생각이 아니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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