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맛이네"
처음 기차를 운전하는 날 마음이 꼭 그랬다.
'내가 유난히 겁이 많나'
'다들 그런데 안 그런 척하고 사는 건가'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까'
근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한숨만 내쉬었다.
기관차는 기관 형식에 따라 '디젤'과 '전기 기관차'로 나눌 수 있다.
디젤유(경유)를 연료로 하는 기관차 운전은 두 명이 한다.
하지만 전기 힘으로 움직이는 기관차는 혼자다.
사실 운전을 처음 하던 날보다 둘이 하는 운전을 혼자 했던 첫날이 더 기억에 남는다.
눈이 펑펑 내리는 안개 자욱한 아침 춥지도 않은 기관차에서 벌벌 떨었다.
자동차 운전도 초보 때는 좌우에 달린 거울 한번 못 보고 가는 것처럼
기차도 봐야 할 것들이 많았는데 눈에 안 들어왔다.
수많은 승객들을 이끌고 가야 하는 부담감이 더해지자 손에 땀이 마르질 않았다.
십자 성호는 얼마나 그어댔는지.
"그래도 기차는 간다"라는 말처럼 기차는 잘도 갔다.
나만 정신이 없지 기차는 멀쩡했으니까.
적응이라는 게 무섭다.
이제 떨리지 않는다.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고 자그마한 여유도 생겼다.
차에 타면 실내 온도를 조절한다.
동살이 비쳐 눈이 부시면 선글라스를 쓴다.
마주 오는 열차를 향해 전조등을 줄이고 한 손을 들어 자연스레 인사를 건넨다.
적응하면 다 하게 되는 걸까.
무서워서 타본 적 없는 놀이동산 청룡 열차도 되풀이하면 탈 수 있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고 '난 할 수 없다'라며 규정하고 가둔 일들이 많다.
어쩌면 타고난 내 성격도 살면서 스스로 정하고 만든 게 아닐까.
평소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도해봐야겠다.
환불이나 포인트 적립도 번번이 하다 보면
언젠가는 '짜장면 젓가락 쿠폰' 열 장을 모아 군만두랑 교환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