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앞에서 내가 본 마음
하락하는 파란 숫자를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사람을 쉽게 초라하게 만들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식 차트들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내가 보유한 주식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지던 어느 날,
평소 주식을 잘 아는 동생이 내게 원유 투자를 권했다.
“형, 유가는 언젠가 꼭 올라.
지금부터 조금씩 투자해 봐.”
그 무렵 원유 가격은
코로나로 인한 봉쇄 조치로 끝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차트를 보니 내가 봐도 더 내려갈 곳이 없어 보였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나는 결단을 내렸다.
손해를 감수하고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정리한 뒤,
유가에 투자했다.
시간이 흐르고
멈춰 있던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로나의 충격에서 벗어나며
세계 경제가 서서히 돌아가기 시작했고,
항공과 여행 수요도 살아났다.
산업 생산이 늘자
유가도 자연스럽게 회복됐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국제 에너지 시장은 크게 흔들렸고
유가는 급등했다.
급등한 만큼 내 심장도 함께 뛰었다.
나는 그 상승 속에서 수익을 실현했고,
투자금에 비해 큰 이익을 얻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타국에서 벌어진 비극은
내 계좌를 불려주는 재료가 되었다.
물가와 기름값이 오르자
사람들의 하루는 더 버거워졌지만,
나는 속으로 웃었다.
누군가의 불안과 고통이 커질수록
내 수익률도 올라갔다.
전쟁 관련 기사를 찾아보면서도
나는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라기보다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뉴스를 기다렸다.
불편한 마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더 벌고 싶었다.
그 마음 앞에서
나는 끝내 떳떳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음이 조금 다르다.
중동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나는 이번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이 상처 입지 않기를,
더 많은 삶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와 동시에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국내 시장이 안정되고
주가가 다시 올라가기를 바라고 있다.
전쟁이 멈추기를 바라는 마음과
시장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이 두 마음이
지금도 내 안에 함께 있다.
예전보다 내가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지금의 내 처지가
감정을 다르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
나도 선뜻 단정할 수는 없다.
어쩌면 나는 달라진 것이 아니라,
이제야 그 마음을
더는 외면할 수 없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나는 전쟁 속에서
돈만 번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먼저,
타인의 비극 앞에서도
얼마든지 내 이익을 먼저 계산할 수 있는
내 안의 낯선 마음을 보았다.
그 전쟁은 수익보다 먼저, 내 민낯을 드러냈다.
시장은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의 비극 속에서도
차트는 움직이고,
누군가는 돈을 번다.
나 역시 그 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더 자주 돌아보게 된다.
나는 어디까지 시장의 논리로 살고 있는지,
어디서부터 내 마음을 놓치고 있는지.
적어도 이제는,
계좌에 남은 숫자보다
그 숫자를 바라보던 내 마음을
끝내 잊지 말아야겠다.
#INKiTH #잉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