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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ROINES Jul 28. 2022

내 것인 줄 알았던
건강과 운동이 사라져버릴 때

히로인 백혜미 님의 스토리

백혜미 님 / 30대 초반

크로스피터이자 법원 보안공무원인 아들둘맘.


어려서부터 운동이 좋았다. “여자애가 무슨 운동이냐”는 부모님의 핀잔에도 고사리손으로 용돈을 모아 태권도장에 다녔다. 경호를 전공했고 결국 직업이 됐다. 웬만한 남자들도 선뜻 엄두를 못내는 크로스핏을 2013년부터 시작했고 크고 작은 대회에서 입상도 했다. 남편도 크로스핏 체육관에서 만났다. 운동은 삶의 일부였고 즐거움이었다. 누구보다 건강하다고 생각했고, 운동과 건강은 내 삶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언제나 그렇듯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때로는 나쁜 쪽으로. 운동과 건강은 언제 내 삶에 있었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2013년부터 크로스핏을 시작하셨다니,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낯선 운동이었는데요.


저는 법원에서 보안 업무를 해요. 법정의 질서 유지를 맡고 있죠. 피고인이 판결에 불복해서 저항하거나 할 때 에스코트 하는 것 드라마 같은데서 보셨을 텐데, 그게 제 일이에요. 남성을 제압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힘이 필요해요. 태권도나 합기도는 워낙 오래해서 좀 새로운 운동을 해보려고 찾고 있었는데, 헬스 트레이너 하는 친구가 크로스핏을 추천해줘서 시작하게 됐어요.


남편 분도 운동하다 만나셨다고요.


같이 운동하면서 자꾸 말을 걸더라고요. 나중에 보니 의도가 있었던 건데 처음엔 몰랐죠. 당시에는 일주일에 여섯 번 운동했는데, 결국 매일 데이트를 한 셈이죠. 저흰 결혼식 소개 영상도 크로스핏으로 찍었고, 나중에 ‘크로스핏 커플’로 네이버 메인에 소개되기도 했어요.


한창 크로스핏 하실 땐 잘하셨겠어요.

중소 규모 대회에서는 입상도 꽤 했어요. 지금은 세계적인 크로스피터가 된 선수들과도 경쟁하기도 했죠. 


정말 건강하셨겠어요.

2016년에 결혼을 했어요. 아이를 가질 계획이어서 마지막으로 바디 프로필도 찍고 대회도 열심히 나갔죠. 그때까지는 건강했죠.

2017년에 유산이 됐어요. 이듬해에 또…또… 세번의 유산이 이어졌어요. 습관성 유산 판정을 받았죠.

2018년 8월이 돼서야 지금의 첫째를 가질 수 있었어요.


힘드셨겠지만, 그래도 임신이 되신게 다행이네요.



그렇긴 하지만 그 뒤가 더 힘들었어요. 첫째를 낳고 나서는 임신 계획이 없었는데 6개월 뒤에 둘째가 생겼어요. 첫째 임신 때부터 둘째 낳을 때까지 거의 2년을 꼼짝을 못했죠. 게다가 둘째 출산할 때는 과다 출혈로 말 그대로 죽을 뻔했어요.


몸이 많이 안 좋아지셨겠어요.

둘째 낳고 나서 맨몸 스쿼트를 한번 해봤어요. 제가 원래 스쿼트를 100kg 넘게 들었거든요. 그런데 맨몸 스쿼트를 하는데 골반이 부서지는 것 같았어요. 아픈 게 아니에요. 운동을 오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잘 알아요. “정말 부서지는구나”의 느낌이었어요.

몸도 몸이지만 더 힘든 건 마음이었어요. 저는 엄청 외향적인 사람이에요. 사람 만나는 것, 땀 흘리는 것, 운동하는 것 좋아하고요. 그런데 완전히 육아에 묶여버렸죠. 아들 둘이 연년생인데… 애들은 우는데 왜 우는지 모르겠고. 남편은 회식도 있고 주말에 약속도 있고 하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고. 내 삶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죠. 눕기만 하면 눈물이 났어요.


지금은 다시 크로스핏을 하고 계시잖아요? 그렇게 몸이 안좋아졌는데 어떻게 운동을 다시 하실 생각을 하셨나요?


둘째가 10개월이 되자 비로소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었어요. 시간이 생긴 거죠. 뭘 할까 고민했는데 운동밖에 생각나는 게 없었어요. 몸도 많이 약해졌고 남편도 살살 하라고 해서 처음엔 기구 필라테스를 했죠. 그런데 성이 안 차는 거예요. 결국 두달 만에 관두고 3년여 만에 다시 크로스핏 체육관을 찾았죠.


잘되시던가요.

아니요. 안 되죠. 하던 동작들도 안 되고, 무게도 못 치고. 체형도 변했어요. 둘째 낳고는 꼬리뼈가 튀어나와서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마다 아파요.

분위기도 낯설어요. 가면 젊은 친구들끼리 그룹이 딱 있어요. 애 엄마인 내가 낄 수 없는… 아마 나도 젊었을 때 그런 그룹을 형성하고 거기서 남편도 만나고 했겠죠.


많이 아프셨는데 다시 운동을 시작하기 겁나지 않으셨어요?


무릎이 아프다고 가만히 있으면 그 사람에게는 무릎이 계속 아파질 일만 남은 거예요. 근육을 키워서 강화 시켜야죠. 운동을 했기 때문에 그걸 알고 있었어요.


내게 익숙하던 공간이 낯선 공간이 되면…마음이 힘드셨을 텐데요. 그만두고 싶지 않으시던가요?

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직장에서 남들이 “혜미는 그래도 꾸준히 하네”라고 얘기해주면 자존감이 올라가요. 나는 그렇게 힘들었어도 일어나서 뭘 하고 있으니까. 나를 가꾸고 있으니까.

그리고…뭐랄까…운동은 “정당하게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제가 “일주일에 세번 친구를 만나서 차를 마시다 올게, 술을 마시고 올게” 하면 남편도 싫어할 것 같아요. 

하지만 “일주일에 세번 운동하고 올게”라고 하면 그건 서로 이해가 되죠. 내가 건강해지는 것이니까. 나의 건강은 가족의 행복과도 연관이 되고요. 결과적으로 운동을 하면 육아 스트레스가 풀려요. 운동을 좋아해서 참 다행이죠.


많은 엄마들이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운동을 시작했다가 곧 그만두는 경우가 많은데요.

네 재미없으면 그만둘 수도 있죠. 편히 그만두세요. 대신 다른 걸 시작하세요. 재미있는 것 찾을 때 까지 이것 저것 해보세요. 저도 헬스, 수영, 골프, 자전거, 마라톤, 테니스, 필라테스를 하고 크로스핏에 정착했어요. 뭘 하든 운동하는 시간만큼은 나에게 집중하며 시간을 보내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까!!


왜 건강해지고 싶으신가요?


아들 둘이 있잖아요. 아이들이 물놀이 좋아해요. 워터파크 같은데 가면 끝없이 놀죠. 그걸 다 감당해줄 만큼 건강해지고 싶어요. 아이들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게끔. 그리고 곁에 있어준 엄마를 기억하며 “엄마가 우리 엄마여서 너무 좋아"라고 말할 수 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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