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과 필기구로 남길 수 있는 기록들

서랍 속 필이가 기다려요

by 파도

연필과 필기구로 할 수 있는 기록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글쓰기일 테고요.

그 다음은 그림,

그리고 마지막은 글과 그림이 섞인 그림일기 같은 형식이겠죠.


아마 많은 분들이 ’기록‘이라고 부를 법한 기록은

그림 기록 보다 글 기록이 먼저였을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일기장을 쓰고, 메모를 하고,

그러다 점점 디지털 기기로 넘어가면서

손으로 쓰는 기록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조금 다른 쪽이었습니다.

원래는 글보다 그림만 그리는 기록을 훨씬 선호했거든요.

글은 꼭 필요할 때만 적고,

대신 낙서나 스케치로 하루를 남기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다 필기구로 글 기록을 다시 시작한 건

2018년에서 2019년쯤이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누군가의 간단한 추천이 있어서 그냥 “한번 써볼까?” 하는 마음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쌓인 기록들이

지금의 필앤문을 만들 수 있었던

아주 작은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삶은 정말 선택 하나로 방향이 많이 달라진다고 느끼거든요.

그 시기에 기록하는 습관이 없었다면

기록을 주제로 한 캐릭터인 필앤문도 없었을지 모릅니다.

만약 그때 운동이나 전혀 다른 행동에 더 마음을 쏟았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그리고 있거나

어쩌면 직업 자체가 바뀌어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필기구로 하는 기록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스케줄링.

둘째는 일기와 감정, 생각 정리.

셋째는 아이디어 기록입니다.


사실 세 번째는 예전부터 계속 해오던 방식이었습니다.

그림으로 아이디어를 남기는 건 익숙했거든요.

반대로 1번과 2번은 정말 잘 못했습니다.

해야지 생각만 하고 잘 이어지지 않았던 영역이었죠.


근 몇 년간 의식적으로 노력하면서

스케줄과 감정 기록은 꽤 끌어올렸는데,

이상하게도 그만큼 아이디어 기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아마 물리적인 시간의 문제일 겁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 세 가지를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게 균형 잡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날로그 못지않게 디지털 기기도 좋아합니다.

아이패드로 프로크리에이트를 오래 써왔고,

와콤 타블렛도 10대 때부터 함께하고 있어요.

디지털 장비 욕심도 솔직히 있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기록 생활의 가장

근본이 되는 건 여전히 연필과 필기구입니다.

손으로 쓴 글이나 선은

조금 더 머릿속에 오래 남는 느낌이 들거든요.

속도는 느려도, 대신 생각이 덜 흘러가 버린다고 할까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권해봅니다.

2026년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필기구 기록을 한 번쯤 다시 시도해보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거창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 한 줄이어도 좋고,

그날의 기분을 선 하나로 남겨도 충분합니다.


여러분의 책상 속에 있는 필은

어떤 색일까요, 어떤 길이일까요.

지금은 가만히 누워 있지만,

아마 여러분을 꽤 오래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필이는 늘 그렇거든요.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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