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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 봄밤의 모든 것

by inkypen

상실감은 마음속 들판을 마구 쑤셔놓은 구덩이 같아서, 우리는 그 흉을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한다. 때로는 자신조차 그 아픔을 잊어버리지만, 발을 딛기라도 하면 푹 꺼지는 깊이를 어찌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다만 우리는 이제 안다. 극복할 수 없는 슬픔은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봄은 긁히고 패인 들판에도 찾아올 것이며 부드러운 햇살과 달빛이 감쌀 것이다. 우리는 그 맑은 아름다움에 슬퍼하면서도, 슬퍼하는 서로가 있기에 사랑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2025.05.11 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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