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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Nov 29. 2022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다 좋은 일입니다.

더 오래 살아 달라는 그 말

주말에 아빠를 뵈러 가니 통증으로 고통스러워 기력이 통 없어 보이셨다.  힘겹게 식사를 하시고 아빠와 나는 마주 앉아 두런두런 얘기들을 나눈다. 예전에 아빠는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며 줄곧 농담도 잘하셨다. 사소한 농담 한 마디를 놓치지 않고 아빠와 즐겁게 웃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러나 통증으로 일그러진 아빠의 표정은 더 이상 농담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빠의 여위고 투박한 손을 잡으며 말한다.

"아빠, 어떤 일이 벌어지건 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빠가 아프더라도 이대로 살아 계시면 우리와 이 지상에서 함께 하시니 좋고요.

설사 아빠가 생을 다해서 이곳을 떠나더라도 그 좋은 천국에 가시니 좋은 거잖아요. 나는 아빠가 힘들어도 오래 우리 곁에 계시면 좋지만 너무 고통스러우실 때는 그 말을 차마 못 드리겠어요. 그러나 어떤 일이건 우리에게 다 좋은 일임을 믿어요."


내 말을 조용히 듣고만 계시던 아빠의 표정이 오랜만에 환해진다.

"나는 네가 나에게 오래 살아 달라고 애원할까 봐 실은 두려웠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오래 살아 달라고 하면 내 마음이 얼마나 힘들겠니?

 네 말대로 어떤 길이건 좋다고 하니 이제 마음이 한결 놓인다. 살아서 너희와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너무 고통스럽고 아파서 죽어서 그냥 하늘나라로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만치 살았으니 그리 후회는 없구나."


속으로 터져 나오려는 봇물 같은 눈물을 참으며 나는 애써 웃어 보인다.

"아빠가 천국에 가면 더 이상 아프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해요.  아빠 평생 다리가 불편해 힘드셨으니 그곳에서는 원 없이 뛰고 걷고 행복하시면 좋겠어요. 아빠는 돌아다니길 좋아하고 활동적이셨잖아요. 천국은 넓고 좋으니까 마음껏 뛰어다니세요. 저도 언젠가는 아빠를 따라갈 거잖아요. 그때 행복하게 지내시는 아빠 모습을 보고 싶어요."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 연락할 친구분들의 연락처를 주신다. 그러면서 전화를 걸게 되면 반드시 네가 누구인지 먼저 소개하고 공손히 인사를 하라 당부하신다. 나는 일일이 전화를 거느니 요새는 문자로 보내니 그리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 아빠, 친구분들이 많이 못 와도 서운해하지 마세요. 그 나이대에는 아프신 분들이 많잖아요. 이해해 주세요."

"괜찮아. 그냥 소식만 알려주라는 거야. 나도 알지. 네들도 나이가 있는데....  그냥 알려만 줘. "


아빠를 돌보느라 힘들어하신 엄마와 함께 고기를 구워 저녁을 먹은 뒤 어둑해진 서울의 밤거리를 뚫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소멸해 가는 우리의 추억이 아쉬워  글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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