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때 팀 라이트 브런치 글쓰기 교육이 예정돼 있어서 하루 종일 바빴다. 교육 시간 전에 할 일들을 마쳐야 했기 때문이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면서 시계를 보니 저녁 6시 30분.
교육은 7시부터 시작이라 브런치를 접속했다. 그런데 계속적인 접속 불발..... 나의 컴퓨터나 와이파이 이상인 줄 알았다. 그러나 연이어 카톡도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뉴스에 접속해 보니 데이터 센터 화재로 카카오가 먹통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 볼법한 비현실적인 일들이 주말 동안 곳곳에서 벌어졌다. 카카오톡은 물론 페이, 뱅크, 택시, 브런치마저 멈췄다. 처음에는 몇 시간 후면 복구되겠지 했는데 다음 날도 일부만 복구됨을 알았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를 진작에 이원화해서 복구가 빨랐는데 카카오는 자체 데이터 센터가 없어서 복구가 훨씬 지연됐다고 한다.
6조가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사옥 등에는 많은 투자를 했지만 정작 기본인 데이터센터 등에는 늑장 투자한 카카오에 대해 아쉬움이 들었다.
또한 독점 플랫폼으로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카카오에 많이 종속되어 왔는지 깨닫고 간담이 서늘해졌다.
만일 구글이나 쿠팡 등이 이렇게 오랫동안 멈췄다면,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되었을까? 막연하게 플랫폼을 독점하는 테크 기업들의 장악력에 대해서 우려해 왔던 게 현실로 펼쳐졌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사람들의 글도 읽고 싶었지만 도무지 방법이 없었다. 그동안 내가 무의식 중에 브런치를 많이 이용했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화, 수요일 있을 중학생 아이들과의 수업을 위해 메타버스 관련 책을 읽었다. 이제 우리는 물론 우리 아이들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자연스레 오가며 사는 세대이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양 세계를 오가면서 일상을 영위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훨씬 비중이 커진 가상세계를 살게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현실로 믿고 의존하는 메타버스 세상은 과연 유효하고 안전한 세상일까?
이번 사태로 인해 몇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는 우리 일상의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들었다.
만일 이 테크 독점 기업들이 우리의 개인 정보와 국가의 기간망, 정보망 등을 개별적으로이용한다면 제재할 수단은 있을까?
해킹을 당해 정보가 다 노출된다면?
우리는 개인적인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남는 것을 인식하고 있나?
브런치가 멈춘 동안 나는 현재와 다가올 미래 세상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을 했다.
수업 때 아이들과도 이 얘기들을 나눠야겠다. 이틀간 브런치가 아닌 한글 파일에 글을 썼다. 나만의 방을 컴퓨터에 만드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명의 잘못이라고 부르게. 신은 기계나 발달된 의약품이나 보편적 행복과는 양립할 수 없는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