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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Sep 06. 2022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질투는 나의 힘

브런치에서 멋지고 유려한 글들을 발견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숨을 죄어오듯 아름답고 경탄스럽다. 소질을  타고나기도 했지만, 누구보다 지난한 습작과 사유의 과정을 거쳤기에 분명 그런 눈부신 글을 썼을게다.

그런데 그만치 소질도 없고  연습도 하지 않은 나는 어느새 질투하고 있다.


회사에서 월례회가 있어 줌으로 회의를 한다.

오랜만에 보는 많은  선생님들  사이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을 수업하고 인정받는  선생님의 얼굴이 나온다.   순간, 반가움보다 밀려드는 질투의 마음을 발견하고 나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친한 엄마와 함께 대화를 한다.

큰애가 같은 고3이어서 대화가 잘 통한다.

방황하느라 공부를 손에서  놓기도 했던 우리 아들과 달리  그 집 아이는 3년 내내 쉬지 않고 열심히 달려서 모두가 선망하는 대학에 원서를 넣는다.

축하해주고 함께 대견해 줘야 하는데 또 옹졸하게 질투하는 나를 발견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중 하나는 바로  타인을 질투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이 마음은 본능적으로  기회를 만날 때마다 올라온다.  류최초의 살인인 가인과 아벨의 사건도 결국 동생의 예물만 받아 들여진 것을  질투한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인류의 시작부터 질투는 우리 마음 속에 이미 내재되어 왔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오셀로'를 읽으며 이야고의 모함에 속아 질투에 눈이 먼 채,  사랑하는 아내를 죽이고 비참하게 일그러진 오셀로의 모습 속에서 내 모습을 본다.

사랑하는 여인을 죽인 그 순간 그는 이미 자기자신을 죽였다.

질투는  종국에 오셀로가 자신을 죽이듯  나 자신을 죽이는 일이다.


그럼에도 왜 나는 이렇게 맹렬하게 질투할까?  잘하고 싶은 욕심, 상대만큼 나도 노력해 왔다는 의식, 그리고 나도 그렇게 될만한 가치가 있다는 은근한 보상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뿌리는 결국 내가 더 낫다는 교만이다.


결국, 삶은 이 지독하게 쉬운 일을 가장 어려운 일로 만들어  나를 죽이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분투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 속에 의식하지 못했던 잠든 질투 괴물이 기회를 만날 때마다 스멀스멀 고개를 쳐들 때, 그것이 결국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을 죽이는 것임을 되뇌인다.

그 질투를 더 분발하고 열심히 나가는 힘으로 삼아야겠다.


살맛이란, 나야말로 남과 바꿔치기할 수 없는 하나뿐인 나라는 것을 깨닫는 기쁨이고,  남들의 삶도 서로 바꿔치기할 수 없는 각기
제 나름의 삶이라는 것을 깨달아 아껴주고 사랑하는 기쁨이란다.
- 박완서 '시인의 꿈'중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 본능을 따르는 길을 저버리고,  아껴주고 사랑하는 기쁨을 위한  오늘의 분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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