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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May 14. 2023

세상에서 유배당한 슬픈 유령 이야기

'오페라의 유령'을 읽고

오페라의 유령은 탐정소설가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가 가스통 루르가 1910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현재는 뮤지컬로 더 유명한 작품이다. 1986년 뮤지컬로 각색된 이후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자리매김 했고, 현재까지도 전 세계 어딘가에서 꾸준이 공연되고 있다.


파리 오페라 극장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역추적해서 해결해 나가는 미스터리 소설로 주인공 에릭은 천상의 목소리에 반해 낳은 어머니마저 차마  아들을 보지 못할 정도로 흉측하고 기괴한 얼굴을 타고 태어났다. 자신의 추악한 외모로 인해 세상 누구에게서도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했던 그는 결국 집시들을 따라 다니며 곡예단의 구경거리가 되어 '살아있는 시체'로까지 불렸다.

운좋게 페르시아 궁궐에 들어가서 곡예사로 일하며 왕비의 마음을 얻고 궁전 건축에도 참여했지만, 자신만의 아름다운 궁전을 다른 곳에서 못짓도록 왕은 그의 눈을 빼버리고 죽이려 한다. 그 때 그를 구해준 페르시아인에 의해 프랑스로 건너가서 그는 파리 오페라극장 건축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지하에 자신만의 아지트를 건설하고 온갖 범죄를 일삼는다. 세상에 대한 원망으로 자기 안의 악마적 본성을 끄집어내 지하에 둔 고문실에서 잔인한 고문,살인에 사랑에 빠진 오페라 가수 크리스티나를 위해 경쟁자 카를로타 위에 샹젤리제가 떨어지는 사고까지 일으킨다.  아버지를 잃고 상심에 빠진 크리스티나는 그의 목소리만 듣고 그를 아버지가 보내준다던 '음악천사'로 믿고 따르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에릭이 아닌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귀족 라울이었다.  결국 이 둘의 사랑을 질투해서 라울을 죽이려는 에릭의 주도면밀한 범죄는 실패로 돌아가고, 크리스티나는 그 과정에서 라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에릭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생애 한 번도 진정한 사랑과 존중을 받지 못했던 에릭은 크리스티나의 '오, 불쌍한 에릭'이라는 말 한 마디에 무너진다. 그 말 한 마디에 담긴 자신을 향한 진실된 동정심에 그는 평생에 사랑받지 못했던 자신의 결핍을 그나마 위로받고 기꺼이 크리스티나를 라울에게 보내준다. 그리고 자신은 홀로 지하에서 죽음을 맞으며 작품은 끝난다.


오페라의 유령은 에릭이 죽음 직전까지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승리한 돈 후안'을 통해서 그가 얼마나 사람들의 인정과 사랑에 목말랐는지, 그래서  교향시 '돈 후안'의 바람둥이이자, 상처와 고통을 지닌 주인공을  동경하고 자신과 동일시 하려 했는지 보여준다.


가엾고 불행한 에릭! 우리는 그를 동정해야 할까, 아니면 저주해야 할까? 에릭이 원한 것은 단지 여느 사람들과 같이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추한 외모 탓에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을 양지에서 발휘하지 못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며 살아왔다.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능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둡고 음침한 지하 세계에서 생을 보내야 했던 것이다. 우리는 오페라의 유령에게 증오나 저주가 아닌 동정과 사랑을 돌려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시대에도 19세기의 에릭처럼  지하 세계에 스스로를 유배하고 세상과 괴리된 채 홀로 떠도는 유령들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다르다는 이유로, 열등의 낙인을 찍어서 편견과 차별의 잣대를 서슴없이 들이대는 사회적 폭력을 행하지 않는가? 그래서  결국 누군가의 소중한 삶을 지하 세계를 떠도는 유령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그가 크리스티나의 단 한 번의 고백으로 사랑을 느끼고 변화 되었듯이 우리의 작은 관심과 존중이 누군가의 삶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으리라는 희망을 작품은 보여준다.  


추악한 외모를 가리기 위해 가면을 써야만 했던 에릭이 우리보다 더 생을 사랑하고 진실된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가스통루르가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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