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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Apr 14. 2023

내가 바퀴벌레가 된다면

날 사랑하나요

몇일 전,학교 갈 준비를 하느라 복닥이고 분주한 아침시간에 겨우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아침을 먹고,  등굣길에 오르는 고2 둘째 호를 배웅하러 현관으로 나가는 길.  마지막 순간까지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다지던 호가  '빨리 나가라' 엄마의 성화를 들으며  갑자기 고개를 돌리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한다.


"엄마, 내가 어느 날 바퀴벌레가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뜬금없는 아이의 질문에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뱉듯이 대답했다.

"뭘 어떡해? 내 자식인데... 그래도 내가 돌봐야지."

아이는 갑자기 신발을 신으며 씨익 미소를 짓는다.

"너 혹시 카프카의 '변신'생각하고 말하는 거니?"

라고 질문하자 아이는 싱긋 웃으며

"네. 그냥 궁금했어요. 그런데 엄마, 만일 내가 바퀴벌레라는 것을 모른다면 어떡하실 거예요?"

"너라는 걸 모르면 당연히 죽일 수도 있지. 그렇지만 너라는 걸 안 이상은 누가 뭐래도 엄마가 돌봐야지."

엄마의 마지막 말에 아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현관문을 나섰다.


학교 갈 시간에 쫓겨 한창 바쁜 시간에 느닷없이 저런 질문을 하나 생각하고 나도 청소기를 면서 아침 일과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우연히  이 기사를 보았다.


https://newsis.com/view/?id=NISX20230413_0002265121&cID=10201&pID=10200


날 아이가 내게 던졌던 질문이 떠올랐다.

갑자기 그 바쁜 시간에 아이는 왜 그 질문을 던졌을까?


고등학교 올라가서 공부한답시고 매일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아침 시간 외에는 아이의 얼굴을 통 볼 새가 없었다. 아침에 늘어져 자는 애를 간신히 깨워 밥을 먹이고 준비시키면서도 일상적인 대화만 나누다가 부리나케 현관을 나서며 또 하루를 시작하고....


그렇게 아이가 혼자 잘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17세 우리 아들 마음에는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보다. 엄마가 차려주는 밥으로도, 배웅해 주는 인사로도, 가끔 퍼붓는 잔소리로도 확인할 수 없는 그 질문이 아이 머릿속을 맴돌았나 보다.

갑자기 질문에 대한 엄마의 답을 듣고 싱긋 웃던 아이의 표정이 떠오른다.


내가 이제 17세인 너를 너무 큰 아이 취급했구나. 그렇게라도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었다니ᆢ

아직도 네 마음에는 이 어린 아이가 살고 있음을 잊고 있었네.  

'사랑한다' 오랫동안 아껴 두었던 말을... 오늘은 아들에게 줘야겠다.

네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삶을 살아도 여전히 엄마의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오늘밤에는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얘기해 줘야겠다.


때로는 사랑을  서툰 말로라도  표현해 줘야 할 때가 있다.   '사랑'  단 두 글자만으로도  충분하니까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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