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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Jun 10. 2023

아빠를 위한 선물

'여름이 왔어요'공동작가 소식

지금 노환으로 몸을 쓰지 못하고 자리에 누워 지내시는 아빠의 원래 꿈은 작가였습니다. 아빠를 돌보러 간 날, 당신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얘기해 주신다며 과거의 인상적인 일을 제게 얘기해 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저는 왜 진작 그 얘기를 해주지 않았냐고, 소설로 쓰면 참 좋을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그때 아빠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 꿈은 원래 작가였단다. "


그 한 마디에 얼어붙은 듯은 저는 조심스레 왜 작가의 꿈을  포기하셨는지 물었지요.

"몸이 불편한 내가 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쓰는 걸 할아버지가 못마땅해하셨거든. 그래서 작가 되지 말라고 하루는 내 책들을 모두 마당에 던져 불살라 버리셨지. 그때 그 불이 얼마나 큰지 이웃에서 소방서에 신고할 정도였지. 그래서 결국 나 작가 안 되겠다고 했어."


아빠의 표정에서 깊은 회한과 아쉬움이 묻어 나왔습니다. 아빠는 글을 잘 쓰십니다. 젊은 때 신문 지상, 라디오 등에 아빠의 글이 소개된  걸 여러번 봤습니다. 그때마다 환한 표정으로 우리를 향해 자랑스러워하시던 아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첫 소설을 쓸 때도 작업의 반은 아빠에게 빚을 졌습니다. 아빠는 딸의 소설을 이렇게, 저렇게 쓰라고 하나하나 방향을 알려주시고, 첨삭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남들보다 좀 일찍 자가 출판으로

제 소설책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대신 그때 글쓰기가 얼마나 고단한 작업인지를 실감하고, 더 이상 소설을 쓰지는 않았지요.^^


작가의 꿈을 결국 못 이룬 아빠께 기쁜 소식을 전해 드릴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몸이 불편한 아빠가 이제 을 쓰신다는 건 불가능하고, 제가 곁에서 듣고 대신 써드리는 것도 만만치 않아 보였습니다. 아빠의 꿈을 대신  이뤄드리기 위해 부족한 딸이 등단을 하거나 책을 내기에도 시간은 한없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에 마침 이상 작가님이 공동작가로 책을 내셨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저는 그 순간 무릎을 탁 쳤습니다. 비록 저만의 책은 아니지만 딸의 이름이 새겨진 책을 보신다면 그나마 기뻐하지 않으실까?

그래서 부모님과 제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로, 일부러 제 본명 한ㅇㅇ을 넣어서 응모했고, 이번에 드디어 책이 나왔습니다.

이제 와서 아빠가 늘 저에게 쓰는 사람이 되도록 격려해주셨던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지금도 아빠는 당신의 얘기를 들려주시면서 '네가 소설로 쓴다면.... 하게 구성해서 쓰면 좋겠다'라고 조언해 주십니다.


평생 작가의 꿈을 가슴으로만 간직했던 아빠.

반백의 나이가 들어서야 그 마음을 이해하는 딸이

이 책을 시작으로 조심스럽게 등단을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아빠가 못 이루신 꿈을 딸인 저라도 대신 이뤄 드리고 싶습니다.


아빠가 요새 살아야 할 이유를 못 찾겠다고 괴로워하시는데.... 그 꿈 이뤄지는 걸 보시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달라고 말하려 합니다.


 신문기사에서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다가 55세에 등단해 72세인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신간을 내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하면 저도 55세 전에 등단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아빠를 위한 꿈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포레스트 웨일 공동 작가

<술에 대한 이야기> 모집 중입니다.

주제는 '술'입니다.

기간은 6월 25일 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p/CtEAkClstVB/?igshid=MzRlODBiNWFlZA%3D%3D


자세한 내용은 인스타그램 참조해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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