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작가 고골은 19세기 우크라이나에서 소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서구 근대 문명의 유입으로 인해 혼돈과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았던 제정 러시아 시대의 사회상을 사실적, 비판적으로 그려낸 소설가이자 극작가입니다.
그는 러시아 사실주의 문학, 단편소설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며, 유난히 예리한 시각으로 당시 러시아 시대의 혼돈과 부패상을 자신만의 독특한 낭만적, 환상적 설정으로 묘사함으로써, 이전 러시아 소설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하층민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그런 고골의 작품인 '외투'는 하급 관리인 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결혼도 안하고 홀로 사는 가난한 형편 속에 살을 에듯이 추운 당시 수도 상테르부르크의 추위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외투를 눈물겨운 과정 끝에 샀으나, 단 하루만에 소중한 외투를 길에서 강도 당하고 이를 신고하기 위해 찾아간 경찰과 고급관리에 의해서 무자비하게 무시와 경멸을 당하는 내용입니다.
아카키는 정서일에만 집중하는 볼품없는 하급 관리로 그의 초라한 외모와 은둔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늘 비웃음과 차별을 당하는 인물입니다. 혼자 하숙집에 사는 그는 자신의 낡아빠진 외투를 대체할 새 외투를 장만해야 합니다.
빠듯한 형편으로 인해 최대한 돈을 아끼려 그는 집에서 실내복만 입고, 저녁을 굶으며, 속옷 빨래까지 제한하는 극한의 검약생활을 합니다. 눈물겨운 절약 생활 끝에 그는 마침내 꿈에 그리던 외투를 손에 쥐었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외투를 입고 출근한 첫 날, 직장 상사가 베풀어 준 축하파티에 참석했다 돌아오는 길에 강도를 만나 뺏깁니다.
사람들의 냉대와 무시 속에 살았던 그는 그 외투 한 벌로 인해 비로소 사람들에게 한 명의 인격체로서 예우를 받으나 그것은 고작 하루만에 끝나고 맙니다.
그는 자신의 사건을 알리기 위해 경찰, 고위관료를 찾아가나 범죄의 무고한 희생자인 그를 향해 사람들은 도리어 소리를 지르고, 무시하며 내쫓습니다. 결국 차가운 상테르부르크 거리로 내몰린 그는 열병에 걸려 죽고, 이후 귀신이 되어 나타나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한 고위 관료에게서 외투를 뺏으며 소설은 끝납니다.
작품속 아카키에게 외투는 처음에는 생활 필수품에 불과했으나, 정작 외투로 인해 사람들의 달라진 시선을 느끼면서 욕망의 대상으로변합니다.
외투를 찾고자 경찰과 고위 관리를 찾아가지만 그들은 도리어 위압적이고 경멸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고골은 이를 통해 당시 만연한 관리들의 관료주의를 풍자합니다. 소설 속 19세기 러시아 관리들의 관료적인 모습은 오늘날 정치인들의 모습과도 많이 유사해 절로 공감하게 됩니다.
결국 현실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관료들의 억압과 만행에 복수할 길 없던 불쌍한 아카키는 죽음 이후 유령이 되어서야 복수를 합니다. 그러나 이후 다른 유령들이 또 출몰하는 것에서 당시 러시아 사회의 하층민들의 애환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외투는 열심히 일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급여로 외투 하나 사지 못하는 아카키가 억울한 범죄를 당하고도 관리들의 무시 속에 죽는 모습을 통해 당시 서민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결국 유령이 되어서야 복수하는 판타지 결말은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
외투는 200년 가까이 지난 시간에도 끝나지 않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보여 주면서 여전히 제대로 보호받고, 보상받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작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합니다.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 메시지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고전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수작, 외투. 10대 중학생 아이들과 수업용으로 읽었는데 많은 생각의 여지를 남겨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