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나의 스승, 콩이 이야기

by 그대로 동행

콩이는 나의 수업을 듣는 아이들 중 가장 먼 거리에서 오는 아이였다

처음 만났을 때 아들에 대해서 염려하는 표정을 짓던 콩이 엄마의 모습이 이후 수업을 하며 차차 이해가 갔다.


우리 집 막내 주성이처럼 콩이는 귀염성 있는 동그란 얼굴에 작은 키지만 통통하고 다부진 아이였다

수업 초기에는 아이들 속에서 발표도 잘하고, 숙제도 성실히 해왔다. 그러나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수업 시간에 친구들에게 수시로 말을 걸어 분위기를 산만하게 했고, 읽어오라는 책도 대충 읽어와서 질문할 때마다 딴소리를 하곤 했다. 콩이가 분위기를 산만하게 하니 아이들도 짜증을 내곤 했다.


그렇게 수개월 동안 수업을 하니 나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콩이 엄마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상담을 통해 아이가 이미 여러 학원에서 거절당했고 학교생활도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콩이는 전보다 많이 태도가 좋아졌다. 엄마에게 얘기를 들었는지 수업시간마다 조용히 하려 애쓰는 모습이 보여서 다행으로 여겼다.


그러나 급기야 문제가 터졌다.

콩이 학원 스케줄로 다른 그룹 아이들과 합류하면서 아이들을 산만하게 하는 특기를 발휘했다.


급기야 한 아이는 짜증을 내며 다른 반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나는 콩이가 이미 수개월간 책을 제대로 읽지 않아 온 것을 알기에 어떻게 해야 하나 고심을 거듭했다. 사실 콩이의 성향으로 봐서는 친구들 속에 섞여서 수업을 하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누군가 이 아이를 일대일로 붙들고 집중해서 봐줄 필요가 있었다.


이 경우 가장 간단한 방법은 멀리서 오는 그 아이를 정중하게 정리하는 것이지만, 매주 아이를 왕복 1시간씩 픽업해주는 콩이 엄마를 생각하면 그렇게 하는 게 전혀 내키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도 또래 아들이 있는데 나마저 그 아이를 거절하면 아이와 엄마의 상실감은 얼마나 클까.


이 문제로 오래간 기도 했다.

역시 내 마음에 오는 생각은 그 아이를 많이 사랑하고 품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침 콩이와 함께 수업하던 친구 두 명이 동시에 그만두었다.

나는 이제야말로 내가 콩이 곁에 밀착해서 개인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일대일 수업의 결과는 참혹했다. 역시 콩이는 책을 제대로 안 읽어 와서 내용을 모른다. 대답을 못하는 건 물론이고 책이 너무 어렵다고 호소한다.


콩이 수준에 맞는 책을 따로 정해서 함께 소리 내서 읽고 질문하고 글을 썼다.


수업을 잘 따라오고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당연히 나에게 큰 힘과 동기를 준다.

그러나 콩이 같이 부족하고 산만한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따라오다가 어느 순간 자기 궤도에 오른 순간의 쾌감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콩이는 느리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성실하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이는 결국 대안학교에 진학해서 수업을 그만두게 되었다.

일반 학교와 학원에서 늘 거절당한 콩이가 또다시 거절당해 상처받을까 봐 집 앞의 중학교로 진학시킬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우리 아이를 유일하게 받아준 선생님이었어요. 감사합니다. 그간의 사랑을 아이가 평생 기억할 거라 생각합니다.''

대안학교 진학 소식을 알리며 수업을 그만둘 때 울먹이던 콩이 엄마의 목소리가 선명하다.



어디에서건 콩이가 우리 수업을 기억하고 책을 사랑하고 읽는 아이로 자라나길 바란다.

더 이상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배척당하지 않고 따뜻한 환영과 존중을 받으며 성장의 기쁨을 누리길 소망한다.


내가 콩이를 가르친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콩이가 아이들의 가능성을 보고 사랑으로 품으라고 가르쳐 주었다.


학교, 학원들마다 산만하다고 거절당하고, 방황했던 13살 콩이. 누구나 성장 속도가 다름에도 다른 아이들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늘 배척당해 큰 눈에 슬픔이 배었던 작은 아이.


콩이를 통해 한 명이라도 진정으로 사랑하고 붙들어 줄 때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음에도, 그 사랑과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해 방치되다가 꿈을 잃고 교실의 들러리로 전락하는 아이들을 생각했다 .

콩이는 모든 아이들이 배려와 존중을 받을 가치가 있고, 획일적인 잣대가 아닌 사랑으로 품을 때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르쳐 준 나의 스승이다.


우리의 제도 교육이 철이 늦게 드는 콩이 한 명을 제대로 품지 못한다면, 세상이 너무 각박한 게 아닐까?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사랑하는 뽀르뚜가 , 저는 너무 일찍 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중-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할까?

나의 작은 스승, 콩이가 가끔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