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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대로 동행 Aug 13. 2022

보이지 않는 수고의 손길들

평범한 삶이 가장 위대한 삶이다

새벽 이른 시간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서면 어김없이 보이는 차들이 있다.


이른 시간부터 새벽 배송을 위해 아파트 곳곳에 정차된 택배 차량들이다

 어두컴컴한 새벽 길가에 정차된 차 속에 쌓인 택배 물건들을 보고 나는 그 많은 물건들을 나르기 위해 이 시간 부지런히 일하는 택배기사님들의 땀방울을 생각한다.


물건 하나가 우리 손에 주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땀방울이 부어졌을까.

택배뿐이 아니다. 새벽 시간에 현관문을 열 때마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조간신문.


밤낮을 가리지 않고 때 묻은 작업복을 입고 아파트 여기저기를 돌아보며 부지런히 일 하시는 경비원 아저씨.


여명이 채 밝기도 전에 가게문을 환히 밝히고 열심히 빵을 굽는 우리 동네 작은 빵집 사장님.   


 듬성듬성 빈자리의 마을버스를 환히 불 밝히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정류소에 세우며 운전하는 기사님들.     


도로 한 편이나 인도에서 묵묵히 청소를 하시는 미화원들.


이른 새벽길을 나서는 내 눈에는 온통 고마운 사람들 천지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봐주지 않는 이 괴괴하고 고요한 시간, 이 세상 누구보다 정직하고 신성한 땀을 흘리는 사람들.


바로 그런 분들의 보이지 않는 수고와 헌신이 있기에 우리가 어제와 같은 건강한 아침을 열고 고대하던 물건들을 제 때 받아보고, 깨끗이 정돈된 아파트 단지를 본다.


세상의 인정과 환호를 받는  대단한  직업이 많지만 나는 이 보이지 않는 수고야말로 우리 삶을 아름답게 해주는 신성한 소명임을 믿는다.


거기에는 어떤 가식이나 계산도 없다.
그저 순수한 땀방울의 가치만 존재한다.

  

내가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와 가사를 하는 것도 우리 가족들의 소중한 일상을 지켜주는 눈부신 노동임을 믿는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중 하나이다.

아이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도 지금 당장은 대단해 보일 것 없지만 언젠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고비마다 이 아이들의 힘이 되고 인생을 바꿀 위대한 순간을 만들어 줄 것이다.  

    

내일 새벽에 다시 길을 나서면  보이지 않는 수고의 위대한 주인공들을 마주할 것이다.

그분들과 함께 삶을 공유하는 한 아직 세상은 살만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막내아들이 내게 천진하게 물었다.

“ 엄마, 외할머니는 엄마가 아들을 셋이나 낳지 않았더라면  더 큰 일을 했을 사람이래요.”  

예전에 좋은 직장에서 인정받고 일했던 딸의 모습을 잊지 못하는 엄마가, 큰 기대를 걸었던 딸이 이제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사는 데에 실망해서 손자들에게 말씀하셨나 보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가 지금 하는 일은 이전보다 크고 중요한 일이야.   세상에 평범함을 지켜내며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삶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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