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보내줘야겠어.

-진담사주 기초정복 가이드(12)

by 취중진담

임을 만난 병.

병을 만난 임.


만남은 만남으로 만족해 버리면 무의미하지. 둘은 만난 기념으로 의미 있는 뭔가를 하고 싶었어.

그러나 따듯함과 차가움, 높음과 낮음, 고귀함과 부유함을 추구하는 이런 것만으론 의미있는 일을 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어. 그건 그저 목적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우린 뚜렷한 목적을 가졌어. 그러니까 목적을 이루어야 해. 그러려면 몸이 필요해. 우린 그저 기운이라서 몸이 없잖아?”


“맞아. 몸이 없으면 우리가 뜨겁고 차가운 기운을 가졌고 아무리 좋은 재주를 가졌다 해도 현실로 만들어 낼 수는 없어.”


“그럼 어쩌지?”


둘은 골똘히 생각한 끝에 긴긴 여행을 떠나기로 했어. 둘이 참으로 오랜 세월을 모르고 살았지만 어딘가에 있었기에 만난 것처럼, 몸을 가진 어떤 것이 어딘가엔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것을 만나게 되면 그것이 뜨거우면 차가운 기운을 넣어주고, 차가우면 뜨거운 기운을 넣어주어서 적당한 체온으로 만들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거지.

체온의 적당함은 어떤 일을 하기에 적합한 조건이잖아? 형상이 있는 그것의 체온이 적당해 진 후엔 병이 가진 재주와 임이 가진 재주를 넣어주면 그것이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되는 거였지.


“알다시피 나는 사람을 잘 가려 쓰는 재주가 있어.”


병이 말했다.


“맞아, 맞아. 너는 그러니까 사람의 장단점을 잘 아는 거지. 어떤 사람을 써야 하는지 너무 잘 알아. 이왕이면 필요한 사람을 골라 써야 목적을 빨리 이룰 수 있잖아?”


“당연하지. 근데 너는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부유해지는지 잘 알고 있잖아. 이왕이면 좋은 물건을 만들어야지. 고급지고 가치 높은 물건 말야.”


둘이 그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때까진 인식하지 않았던 자신들의 형체 없음이 새삼 아쉽고 안타까웠어. 병은 그런 속마음을 숨기고 웃으며 말했어.


“다 이유가 있을 거야. 하늘이 그렇게 만든데는 다 뜻이 있어서일 거라구.”


“맞아. 형체 대신 우린 유능한 재주를 가졌으니 우리의 재주가 필요한 존재들이 어딘가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거야.”


병의 말에 임도 자신감이 생겨났어. 둘은 드디어 출발을 감행했지.

그런데 임의 마음에 또 음산한 불안이 올라와.


가다가 어떤 일을 만날지 몰라. 자칫,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온도와 재주재능을 빼앗길지도 모른다구. 우리가 가는 길은 이미 나 있는 길이 아니잖아? 길을 잘못 들 수도 있어. 상상도 못할 나쁜 놈이 숨어 있을지 누가 알아? 그러면 우리 목적은 어떻게 이루지?

임이 병에게 말했어.


“우리 포기할까? 나는 두려워.”


“왜 그래? 이미 길을 떠났는데.”


"아냐. 길도 없는 길을 가다가 혹시라도 널 잃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두려워. 어떻게 만난 너인데….”


임의 말을 듣고 보니 병도 실은 불안감이 올라오기는 했다. 그러나 병은 어두운 기운을 확 떨쳐내고 큰 소리로 말했다.


“별 소릴 다한다. 저 하늘을 봐. 우리를 만나게 해 준 분이 하늘에 계신 분이라면 그분은 분명 우리에게 무언의 소명을 주셨을 거야. 나는 그 소명을 끝까지 찾아낼 거야. 불안하다는 건 니가 하늘을 믿지 못해서 그래.”


걱정에 쌓였던 임은 병의 굳건한 믿음과 자신감에 그만 부끄러워졌다.


“알았어. 하늘을 믿을게. 어차피 우린 하늘에 의해 탄생된 기운이니까.”


둘은 아래 위로 나란히 서서 다시 여행을 시작했어.

밝은 빛을 내며 따듯한 기운을 뿜는 병은 공중에서, 어둠을 발산하며 차가운 기운을 뿜는 임은 바닥에서 서로의 속도에 맞추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갔지.


...Next...

작가의 이전글아버지와 막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