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도비는 자유로웠을까?

불안 속에서 깨달은 자유

by 움직이는케이
자유를 꿈꾸며 뛰쳐나오다


해리포터 속 도비는 양말 한 짝을 받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 순간 그는 기뻐 날뛰며 루시우스 말포이의 저택을 떠났다. 하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저택 밖으로 나선 도비는 어디로 향했을까? 자유를 손에 쥔 그 순간, 그는 무엇을 느꼈을까?


흔히들 퇴사를 해방으로 그리지만, 그 자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느끼기 전까지는 설렘보다 혼란과 불안이 먼저 온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반복된 환경에 길들여진 인간에게 그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행위 자체가 도전이라는 걸 나는 몸소 깨달았다.


그래서일까. "도비는 자유예요"란 이 짤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퇴사 전후로 달라졌다. 자유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해방감이 그저 반가웠기에 퇴사할 때 도비 생각이 참 많이 났다. 하지만 막상 회사 밖으로 뛰쳐나온 순간, 나는 막막함 속에 서 있었다.

자, 내가 얻은 자유 속에서 난 이제 뭘 해야 하지?


자유 뒤에 숨은 무게

도비는 평생 노비로 살았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명령에 따르며, 정해진 틀 안에서만 존재했다. 그는 자유를 갈망했고, 마침내 손에 넣었다. 그런데 그 자유의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까. 저택을 나선 후, 도비에게도 '이제 뭘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찾아왔을까.


퇴사와 동시에 시작된 첫 번째 여정은 '나를 찾는 과정'이었다. 이 길에는 길잡이가 없었다. 누구도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자유에도 사용 설명서가 필요하다는 말이 실감 났다. 항상 출퇴근 루틴 속에서 살아왔던 직장인 중 진짜 자유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그 답을 몰랐기 때문에 되묻고 싶다.


퇴사 후 한동안, 나는 아침마다 불안과 함께 하루를 시작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고,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도통 알 수 없었다. 스스로 고장 난 마음을 고치며 길을 찾아가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도비도 호그와트에 정착하기 전, 헤매고 방황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씩 스스로에게 길을 만들어야 했다. 맨땅에 헤딩하듯 새로운 삶을 개척해야 했고, 그 과정에는 언제나 불안이 따라왔다.


그러다 신기하게도, 반복된 자문자답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자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겼다.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시간이 나를 위한 투자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그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졌다. 줄어드는 통장 잔고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불안은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일에서 난 소액을 벌었다.

단 돈 50,000원. 월급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돈이지만, 그 돈의 가치는 달랐다. 내가 하고 싶던 일로, 내 방식대로, 내 시간을 투자해서 번 첫 수익이었다. 내가 만든 가치가 돈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그 순간 새롭게 내딛은 길에서 '가능성'을 만났다.


자유는 그런 것이었다. 도비가 호그와트에서 일하기로 선택한 것처럼, 진짜 자유는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순간에 찾아왔다. 이제야 나는 도비가 마침내 느꼈을 자유의 무게를 조금 알 것 같았다.


내가 찾은 자유

퇴사 전에 반드시 다음을 준비하고 나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도 충분히 이해된다. 준비되지 않은 자유는 무섭고, 책임과 불안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계획 없이 뛰쳐나온 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마주한 자유 속에서 나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경험했다. 시기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살면서 나 자신을 이렇게 궁금해하고 탐구하며, 내 안을 열정적으로 들여다보려 노력해 본 적이 있었나 싶다.


회사를 떠나고, 혼자된 그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을 만나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배우며, 나만의 길을 만드는 연습을 시작했다. 내가 느낀 자유의 이면에는 단순한 해방감 보다 자기 이해와 선택, 그리고 책임과 성장의 과정이 있었다.


도비는 자유를 얻고도 일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강요가 아닌 도비의 선택이었다. 그 작은 차이가 모든 것을 바꿨다. 나 역시 지금 일하고 있지만, 이제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닌 내 의지로 움직인다. 이 변화는 내 마음을 완전히 달라지게 만들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퇴사를 고민하거나 퇴사 후 불안한 이들의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래서이다. 길잡이 없이 캄캄한 어둠 속에서 헤매일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앞서 간 흔적을 남겨주고 싶었다.


나는 지금 이만큼 와 있다고. 그리고 내 자유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스스로에게 솔직해 졌을 때 비로소 손에 쥘 수 있었다고 말이다.


도비는 자유로웠을까? 그가 선택할 수 있게 된 순간부터,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나도 자유롭다.

이젠 내 삶을 내가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