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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삶의 주인은 타자가 아니다

by Plato Won
Plato Won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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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의 불멸의 저서 <정신현상학> 난해하다.

그 내용 중 사랑을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

으로 설명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사랑은 인정 욕구이고

따라서 연애는 인정투쟁이다"


연애도 인정투쟁이라고 했으니,

상대가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 곧 나의 발견이고,

이것이 자존감을 상승시켜

나를 기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따라서 인간은 타자에게

인정받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된다.


여기서 연애란 폭넓은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남녀 간의 사랑, 타인과의 사랑,

나와 세상과의 관계,나와 내 내면과의

사랑을 포괄한다.


인정 받기 위해서는 투쟁을 해야 하고,

그 투쟁은 목숨을 건 투쟁이어야 하며

그래야 자존감을 획득하고

사랑도 명예도 얻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인정투쟁에서 목숨을 건 자는

승리하여 주인이 되는 것이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물러난 자는

노예가 된다.


여기서 주인과 노예는

계급이 아니라 실존 방식을 의미한다.


주인의 삶의 본질은 향유이고,

노예의 삶의 본질은 노동이다.

주인은 노예가 노동한 산물이나 그의 복종

속에서 스스로를 인식하므로 이 관계는

비대립적 관계이자 지배와 예속의 관계,

주종의 관계인 반인륜적 관계다.


"노예는 인정투쟁에서 생명을 걸지 않았고,

승리 아니면 죽음이라는 명예의 원칙을

추구하지 않았다. 따라서 그의 생명은

타자의 허락에 의해서 부지된다.

그럼으로 이 타자에 종속되는 것이다.

그는 죽음보다는 예속을 택했으므로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에서는

명예를 위해서 목숨을 건 자만이 주인이 된다.


이렇게 주인이 되고 나면 여기서

새로운 자각이 일어난다.


진정한 인정이란 자신이 인정하는 타자의

인정이라야 하는데, 자신이 인정 받고 있는

이 인정은 노예로부터의 인정이라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노예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 주인은

진정한 주인이 아닌

'노예의 노예'에 불과하다는

주인의 새로운 자각과,

노예야말로 주인을 주인으로 만드는

'주인의 주인'이라는

노예의 새로운 자각.


노예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 주인은

'노예의 노예'가 되고,

주인을 주인이게 하는 노예가

'주인의 주인'이 되는 역설적 관계가

헤겔의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다.


이제 주인과 노예의 자각에 의해

주인과 노예는 노예와 주인의 관계로

역전되는 단계에 이른다.


주인은 자신이 인정하지 않는

노예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자각한다.

여기서 비극적 상황이 일어난다.


"주인은 인정을 위해 투쟁을 했고,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그가 획득한 인정은

그에게는 무가치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인정하는

사람의 인정에 의해서만

욕망이 충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이 이룬 것은 자립적 의식이 아니라

도리어 비자립적 의식이다.

이로써 예속된 노예는 주인이 처해 있던

것과는 반대되는 위치로 진화되기에 이른다.

노예는 더 이상 노예이기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로써 주인과 노예 관계는 역전 되었다.

그렇다면 주인과 노예의 사랑은

어떻게 진정한 사랑으로 발전하여야 하는가.


"세상의 중심에 서고자 한다면

먼저 내 중심에 서야 한다."


헤겔은 역사철학에서

'역사란 자유의지의 실현으로의

거대한 전진'이라고 했으니,

삶의 진정한 자유란

타인의 인정 욕구가 아니라 자신이

자신을 먼저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타자의 인정을 위해 목숨을 걸고

인정투쟁에서 승리해서 삶의 주인이 되었는데,

그 삶이 내가 원하지 않는 삶이었다면

나는 타자의 의지에 종속된 삶을 살았던

노예였을 뿐이다.


다리를 지나가던 개가 강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짖어대는 순간 자신의 입에

물고 있던 고기를 놓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는 순간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은

이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자유란

내 내면의 의지에 따라 내가 규율하고

그 규율에 따라 행동하며 그 내면과의

인정투쟁에서 승리할 때 이룩된다.


나는 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때

내 삶의 주인이 된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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