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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작성 시,청중으로 삼지 말아야 할 대상은

by Plato Won
Plato Won 作

지난 주말 지앤비 패럴랙스 원장

결혼식에 축사할 일이 있어

부산에 내려갔다 왔다.


그와의 첫 만남은 특이했다.


2019년 부산 하단동에서 학원을 막 개원한 그가

부산 서면 롯데호텔에서 학부모 세미나가 끝나고, 부산지역 학원장과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조심스럽지만 당돌차게 불쑥 내게 질문을 던졌다.


"대표님,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습니까?"


앞뒤 맥락도 없는 돌발 질문이었다.

그렇게 대화가 이어졌다.


"류 원장은 왜 성공하고 싶은 건데요?"

"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류 원장, 돈을 좇지 말고 가치를 좇으세요."


그가 한동안 말이 없었다.그렇게 친해졌고,

편하게 형 동생으로 지내며

그의 멘토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주로 우리는 새벽 3시에 톡으로 대화를 한다.


류 원장은 강의 끝나고 집에 들어와 씻고

3시까지 심야 독서를 하고, 나는 일찍 자고

그 시간에 일어나 새벽 독서를 하니 새벽 3시

타임이 우리의 대화 시간이다.


39살 노총각인 류 원장이, '류 쌤'으로

영어를 가르치다, 부산 하단동에

지앤비패럴랙스 낙동 캠퍼스를 개원하면서 친해졌다.


특히 류 원장이 미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2년 전 작고하신 아버님께서도

부산 국제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재직하시며 막내아들에게 교육의 역할과 중요성을

유산으로 물려주셔서 그런지,

류 원장의 패럴랙스 교육가치 철학의

이해도는 남달랐다.


" 류 원장, 앞으로 패럴랙스 생각열기 학습법으로

학원 10개를 운영해서, 부산 지역을

지앤비패럴랙스 교육가치철학으로

붉게 물들여 봐.류 원장은 할 수 있어.

내가 적극 도와줄 테니 저질러 봐"


"와~~ 대표님 제가 10개나 할 수 있겠습니까"


"남자가 뭐 그리 배포가 없어,

난 전국에서 1000개 하는데 류 원장이

10개 정도는 못하겠나.

일을 할 때 장애물은 밖에 있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숨 쉬고 있는 옹졸함에 있어.

그걸 털어내"


"와~~~ 대표님 갑자기 힘이 불끈 솟습니다."


그런 그가 몇 달 전

"대표님 때문에 학원 잘 돼서 결혼합니다."라며

청첩장을 보내오고 축사를 부탁했다.


처음엔 사양했다.

주례가 없는 축사는 잘못하면 주례사가

될 수 있어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결혼식 전날까지 류 원장이

하도 섭섭해해서 할 수 없이

축사를 급하게 준비했다.


요즘 결혼식은 엄숙함보다 경쾌함이니

지루하지 않으면서

기억에 남을 내용이 필요했다.


"3분 동안 어떤 내용을 전달할까"


평소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서

정리한 연설문 작성 지침을 꺼내들었다.


첫째, 청중으로 삼지 말아야 할 대상은

화자인 자신과 세상 모든 사람들이다.


축사의 내용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신랑신부가 듣고 싶은 말이고,

세상 사람 모두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이궁금해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신랑 하객은 신부를 궁금해하고,

신부 하객은 신랑을 궁금해 할 것이고,

신랑 신부는 하객들에게 자신의 배필자를

잘 소개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 점을 고려했다.


둘째, 요약이 아닌 요점만 핵심적으로 정리했다.

차를 운전하다 빨간불에 멈췄을 때

그 짧은 시간에 딱 들으면 다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만 요점으로 정리했다.


셋째, 같은 내용이라도 스토리로

인격화하면 주목도는 급상승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서술하기보다

특정 상황을 설정하고 스토리로 풀어내면

그 자체가 하나의 인격이 된다.


당일 축사의 내용은 만족스러웠고

호응도도 높았다.


축사나 연설할 기회가 있을 때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다시 정리한다.>


하나, 청중으로 삼지 말아야 할 사람은

나 자신과 세상 모든 사람이다.


만인을 만족시키는 글은 없다.

대상을 특정해서 그 대상이 귀에 콕 꽂힐

핵심만 전달한다.


하나, 같은 내용도 스토리로

인격화하면 주목도가 높아진다.


재미 있는 사례를 차용해서

전하고자 하는 말과 연결하면

그 자체가 인격화되어 주목도가 급상승한다.


하나, 신호등 멈춤 시간에 다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만 말한다.


요약이 아니라 요점이다.

요약은 화자 위주이고, 요점은 청자 위주이다.


2400년 전 쓰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연설문

작성 지침서라는 것이 놀랍다.


Plato Won


별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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