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lato Won Oct 07. 2022

2-2,道는 無와 有의 상호 작용으로 태어난다

패럴랙스 인문아트 <노자와 장자> 2권 2과

Plato Won 作


2-2.  상호작용으로

   비로소 그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노자는 이 세계가 존재하는 방식을 도의 무궁무진한 창조성과 운행 원리로 설명한다. 도는 있는 듯 없는 듯 미묘하여 헤아리기 어려운 황홀함 속에 우주 만물, 삼라만상을 품고 있다. 천지가 생겨나고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은 도의 잠재력이 작용한 덕분인 것이다. 도가 만물을 낳고 덕은 만물을 기르니, 도와 덕은 만물의 어버이라 할 수 있다.


노자는 텅 비어 있으면서 만물의 근원이 되는 ‘도’를 설명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무(無)’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때 ‘무’는 ‘유’의 반의어가 아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없으면서도 있고 있으면서도 없는 오묘한 상태’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무와 유는 모두 도에서 나온 것으로, 무가 도의 본체라면, 유는 도의 작용이다. ‘유’는 형체가 있어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형체가 있는 모든 존재는 경계선 속에 갇혀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우리 몸의 경계선은 피부이고,

세포의 경우 세포막이 경계선이 된다.


노자는 만물이 존재하는 하늘과 땅 사이의 빈 공간을 ‘풀무’에 비유한다. 풀무는 대장간에서 불을 잘 지피기 위해 바람을 넣는 도구로, 가운데가 텅 비어 있다. 도 역시 비어 있으나 그 힘은 끝이 없고, 움직일수록 생명력이 넘친다.


수레바퀴 축의 빈 공간도 ‘무’와 ‘유’의 관계를 비유적으로 보여 준다. 바퀴 중심에 구멍이 뚫려 있어야 축을 끼울 수 있고, 축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바퀴 살이 회전하면서 수레의 기능을 할 수 있다. 무가 있어야 유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릇도 비어 있어야만 내용물을 채울 수 있고, 벽에 문과 창을 내서 빈 공간을 만들어야만 방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허공이 있어야만 해과 달을 비롯한 수많은 별들이 존재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도 비어 있어야만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다.


구체적 형상을 지닌 ‘유’는 각기 다른 색깔, 크기, 모양을 갖고 있어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런 편리함이 발휘될 수 있도록 바탕을 마련해 주는 것은 ‘무’의 작용이다. 이것이 바로 노자가 말하는 ‘유무상생(有無相生)’, 즉 ‘유와 무는 서로 살게 한다’는 말의 숨은 뜻이다.


“무와 유는 같이 나와 있지만 이름을 달리하는데,

같이 있으니 현묘하다고 한다.

현묘하고 현묘하구나, 이것이 바로 만물이 들락거리는 문이로다!”


와 더불어 이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는 어느 것이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함께 생겨났고, 처럼 불리는 이름이 다를 뿐 본질은 하나이다. 죽음이 있어야 삶이 온전해지듯, 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비로소 는 그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낸다.


Plato Won


작가의 이전글 2-1,말할 수 없는 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