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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서두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기다리지도 않는다

by Plato Won
Plato Won 作,새벽녘 여명은 사유를 품고 괸조를 안긴다
2022년 11월 28일 집에서 바라본 여명

스스로 그러한 모습, 스스로 자(自), 그럴 연(然),

자연은 서두르지도 않지만 기다리지도 않는다.


때가 되면 태양은 희망의 빛, 여명으로 떠오르고,

중천으로 높이 떠서 세상을 밝게 비추다가,

때가 되면 늬엇늬엇 석양이 되어 노을을 드리우다

서쪽 산 너머로 사라진다.


매일매일 일 년 365일을

똑같이 그렇게 떴다 지기를 반복한다.


지독하게 부지런하고 지독하게 꾸준하다.

먹구름이 드리워도, 찬바람이 불어도, 세찬 비가

내려쳐도,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에도,

누가 자신을 알아주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한다. 서두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기다리지도 않고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간다.


그래서 태양이다. 세상을 비추는 태양이다.

세상 만물에 생명을 잉태시키고 생기를 불어넣는

태양이다. 태양은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스스로 그러한 모습으로 세상 만물 모두를

밝게 비춘다.


양지에 자라나는 나무들은 태양빛을 듬뿍

받아 가지들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리고,

응지에서 자라나는 나무들은 햇볕을 적게 받아

시들시들거리고, 습지에서는 나무들이 아예

자라나지 못하고 소멸한다.


자연의 이치다. 스스로 그러한 모습 자연이라도

어느 곳에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위치하는 가에 따라

세상 만물은 그 모습을 달리한다.


스스로 그러한 모습 자연, 그 자연을 있게 하는

태양은 서두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기다리지도 않는다.


응지에 숨어 있으면서 태양빛이 적다고

투덜거리는 나무는 그래서 응달나무인 것이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태양의 비유'를 통해

이데아를 있게 하는 이데아, 이데아의 이데아를

설명하고 있다.


사물을 인식하는 눈이 있어도 태양빛이 닿을 수

없는 캄캄한 방 안에 있으면 방안에 피어있는

꽃을 볼 수 없다.지혜가 있어도 지혜의 지혜를 있게 하는 이데아가 없다면 그 지혜는 무용지물이 된다.


농부는 자신이 가진 씨앗을 응달에 심어놓고

잘 자라기를 바라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는다.


진정한 농부라면 햇볕이 잘 드는 양지를 찾아

씨앗을 심어야 하고, 씨앗이 모자라면 옆집에서

빌려서라도 심어서 하고, 물이 부족하면 길러와서

라도 물을 대야 하며,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에는

물길을 막아서라도 농작물을 보호해야 가을철에

수확을 할 수 있다.


농부가 농사일에 소홀한데 가을철을 기다려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스스로 그러한 모습, 자연은

서두르지도 않지만 그렇다면 기다리지도 않는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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