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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바람을 타고 날아든 사진 한 장

by Plato Won
M.G.Han 作,정읍 정해마을 정자에서 한가로이 장기를 두는 두 어른,JTV 전주방송 한명규 대표님이 바람에 실어 보내주신 풍경사진

청아한 가을 하늘 아래

젊잖게 늘어진 나무 그늘 아래

서너 평 남짓한 정자에 모여


뚫어져라 장기판에 집중한다.


장군 주고 멍군 받고

졸로 열어 차로 전진하니

숨겨진 포가 꺾기로 파고들어 차를 공격하네.

두 어른의 바둑판에 앉은 그 자세 현묘하네.


아이고 차, 포 잃고

졸과 마, 상 밖에 남은 게 없네.


장기는 한 판 지면 한 판 더 둘 수 있는데

인생은 한 판 지면 한 판 더 둘 수 있을까.


청명한 가을 하늘

늘어진 나무 아래 정자 그늘

정겨운 장기판에는

정겨움이 듬뿍이네


조그만 사각형 장기판을 들여다보니

우리들의 삶이 엿보이네


지고 이기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청아한 가을 하늘을 즐기고,

자유로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정자 바둑판 옆에 놓인 장수막거리 한 잔 나누면

한들거리는 감성이 춤추는 것을


그 시간을 즐기면 그만인 것을.

이기겠다고 기 쓰고 발악한 들 무슨 소용이랴.


자유로운 가을바람을 타고 날아온

한 장의 사진 속에는

앞으로 인생을 어찌 살라는

메아리가 담겨 있네.


청아한 가을 하늘 위로

외로운 이내 마음 둥실둥실 떠다니는구나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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