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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의 진화에 대한 은유의 극치, 이기적 유전자

4과, 다윈의 종의 기원과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by Plato Won
키우는 분재 모과나무가 봄철내내 잎을 피우지 않아 죽었다고 생각했으나 여름철에 접어들더니 한 모퉁이에서 가지를 뻗기 시작했다.이기적 유전자가 정신 차린 것일까?


1859년 출판된 다윈의 <종의 기원>은

생물 진화의 매카니즘을 밝힌 진화생물학의

성경책 같은 과학저서다.


아니 인간의 인식의 지평선을 코앞에서 저 멀리

심연의 바닷속까지 아니 우주 끝까지 넓힌 위대한

과학저서다.


뉴턴이 프린키피아를 통해 우주의 비밀을 일부라도

밝혀냈디면 다윈은 종의 기원을 통해 생명체 진화의

비밀을 거의 다 밝혀냈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처음으로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밝힌 진화론의

핵심 근거인 '자연선택설'이 생물의 모든 진화

현상을 다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윈은 생명체의 진화론을 주장하면서도

단세포가 고등생명체로 진화하는 중간 단계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진화가 사실이라면 왜 중간 단계의 화석이

충분하게 밝혀지지 못하는가?


또 동물들은 생존 투쟁이라는 다윈의 진화론의

대원칙에도 불구하고 왜 가끔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는가?"


이런 질문들은 다윈의 진화론에 남겨진 과제였다.


특히 동물의 이타적인 행동 양식은 '적자생존'과

'생존 투쟁'으로 말해지는 다윈의 진화론에서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사자에게 먹잇감으로 잡힌 물소를 동료 물소들이

힘을 모아 구출하려는 행동은 무엇인가?


꿀벌은 꿀 도둑을 방어하기 위해 침을 쏘지만

침을 쏘게 되면 내장이 침과 함께 빠지기 때문에

그 꿀벌은 곧 죽음을 맞이하는데,

왜 꿀벌은 자기의 죽음을 각오하고 꿀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침을 쏘으는가?


생존 투쟁을 피할 수 없는 물소들이나 꿀벌들이

왜 굳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그런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지는 다윈의 진화론으로는

쉽게 설명할 수 없었다.


물론 그런 동물의 이타적인 행동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다윈의 진화론 이전에도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이론은 '집단 선택설'이다.


집단 선택설은 생존투쟁의 단위가 집단, 즉

(Species)이기 때문에 종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라면 개체들은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집단 선택설의 지지자들은 개체들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집단이 곧 이 세계의 지배적인 종이

되었다고 믿었다.


반면 개체 선택설도 있다.


생존 경쟁에 내몰린 개체들은 종이 아니라

오직 개체의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결국 자연선택은 종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개체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가,

이런 의문은 20세기 중엽까지도 뚜렷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논쟁에 도킨스는 1976년 자연선택의

단위가 종도 아니고 개체도 아니며 오직 유전자임을

주장하는 <이기적 유전자>를 출간함으로써 일약

과학계의 스타로 등극한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를 의인화하고

유전자의 특징을 이기적이라는 극단의 은유적 표현

을 사용함으로써 대중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과학저서였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총 13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첫 장에서 이 책을 쓴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도킨스는 자연선택의 기본 단위가 종도 아니고

개체도 아닌 유전자임을 밝히고자 이 책을

썼다고 명시하고 있다.


책의 초반부는 이 책의 중심 주제가 되는

유전자의 기원에 대해 지금까지 학계에서 연구된

과학적 추론을 통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약 40억 년 전 지구의 원시 바닷속에 최초의

기분자가 생겨났다. 유기분자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 자기 자신을 복제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자기 복제자들은 자신의 사본을 만들고 사본은

또다시 사본을 만드는 무한 복제행위가 원시

바닷속을 가득 채웠다.


그러다가 포식자가 생겨나고, 이제 자기 복제자들은

둘레에 단백질 벽을 만들어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했다. 이 차단벽을 가진 자기 복제자가

바로 최초의 살아있는 세포다.


세포는 계속 살아있기 위해 자신을 담을 그릇,

즉 생존기계를 만든다. 최초의 생존기계는 보호용

외피 수준이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계의

크기가 커지고 성능도 정교해진다.


오늘날 자기 복제자는 거대한 로봇 속에서

안전하게 떼 지어 살고 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다. 무조건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그것을 유전자란 이름으로 부르며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 유전자들의 생존기계일뿐이다.


도킨스는 말한다.


"불멸의 존재인 유전자는 노화와 죽음에 빠지기

전에 언젠가는 수명을 다할 몸에서 빠져나와

그 고유한 방식과 목적을 위해 몸에서 몸으로

이동한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이 유전자를 보존하도록

맹목적으로 프로그래밍된 로봇차량이자 생존 기계

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하

개체와 유전자의 관계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며, 그 기계의 목적은 유전자를

안전하게 다음 세대로 운반해 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5장부터는 이런 이론을 뒷받침하는 유전자의

실질적 행동 양식에 대해 설명한다.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

ESS(Evolutionarity Stable Strategy)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이 개념은 원래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인

존 메이너드 스미스가 주장한 이론이다.


사자가 사자를 잡아먹지 않는 것은 자연의 섭리

때문이 아니라 그들에게 동족을 잡아먹는 것이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락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자가 사자를 잡아먹으면 사자의 유전자는 점점

줄어들고 말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자가 가젤을 만났을 때 가젤이 사자에 맞서

싸우기보다 도망가는 것은 그것이 진화적으로

안정된 전략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자나 가젤의 행동은 자신들의 유전자를

지키고 확산시키기 위해 프로그래밍된 행위일

뿐이다.


제6장에서는 '유전적 근연도'를 다룬다.

유전적 근연도란 두 사림의 혈연자가 한 개의

유전자를 공유할 확률을 의미한다.


엄마가 아이를 보호하려는 행동은 단지 모성애

때문이 아니라, 유전자를 지키기 위해 프로그래밍된

전략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엄마의 유전자를 나눠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유전자를 지키기 위한 선택의 결과가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표현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혈연관계 사이에서 가끔 냉정한 선택을

하는 것도 이 유전적 근연도로 설명될 수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근연도는 반드시 1/2이다.

조카는 1/4, 사촌은 1/8이다.


따라서 조카보다 자기 자식을 더 예뻐하는 것도

이 유전적 근연도로 설명 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당장은 나에게 손해가 나더라도

혈연을 도움으로써 내 유전자의 복제본을 더 남길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스스로의 희생을 감수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무릅쓰는 것은 그런 행동을

취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유전자의 총량이 손실될지도

모르는 유전자의 총량을 넘어설 때문이다.


먹이가 풍성할 때는 동물이 더 많은 자식을 낳는

반면, 먹이가 부족할 때는 자식의 수를 줄이는

산아제한도 유전자적으로 설명가능하다.


일벌은 번식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지 못하는

일벌들이 왜 굳이 열심히 일할까?


그것은 일벌들이 여왕벌을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대리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들도 사실은

유전자적 관점에서는 이기적인 행위리는 것이

도킨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유전지가 이기적이라면

인간의 이타적인 행위나 선량한 행동들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도킨스는 제11장에서

'밈 새로운 복제자들'편에서 그 대답을 하고 있다.


인간에게는 이기적 유전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이성이 있다. 인간은 동물들과 달리 밈(Meme)

이라는 새로운 복제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밈'이란 한 사람이나 집단에게서 다른 지성으로

전달되는 모방 가능한 생각이나 믿음을 뜻한다.


인간은 선량한 행위를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흉내 내곤 한다. 거기에 반드시 이기성이

개입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이 위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본능적으로

돕는 것은 유전자의 이기성으로 설명 불가능하다.

그것은 타인을 도움으로써 인류애를 발전시켜 온

인간의 숭고함이라는 밈, 즉 문화적 복제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도킨스는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복제자들의 특징에 반역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은 이처럼 모방을 통해 전달되는

밈을 우리가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전자의 이기성이 우리를 지배한다 해도

그것이 인간의 이기적 행동을 정당화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그것을 반역할 수 있는 이성과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이처럼 인간의 생존, 번식, 문화 현상 등을 유전자를

의인화하여 유전자의 특성을 이기성이라는 은유와

비유로 기가 막히게 풀어내어 대중들에게

다가선 베스트셀러 과학저서이다.


다윈의 개체에 의한 자연선택설이라는 진화론을

보다 발전시켜 진화론의 원인이 유전자라고

밝혀낸 도킨스는 다윈과 진화론이라는 한 배를 탔지만

그 성격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다윈이 어떻게든 종교와 타협을 하려고 노력했다면

도킨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종교에 대한 전사였다.


신다윈주의의 기수이자 신무신론의 선봉장,

다윈 최고의 사도로서 종교의 사도들에 대항해

어떠한 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던 도킨스는

이렇게 종교에 대해서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교회가 텅 비는 것을 보고 싶다.

하지만 <성경>에 대한 무지는 보고 싶지 않다.

성경을 모르고는 문학과 미술, 음악,

그 밖의 모든 것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적자>가 남의 이론을 쉽게

풀어낸 대중서라는 혹평도 있지만,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자연선택의 단위는 결국에는 유전자임을 밝혀낸 점,

진화론에 대한 여러 주장들을 유전자 선택론이라는

개념적 틀 안으로 매끄럽게 통합한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인간을 이루는 유전자가 아무리 이기적이라고 해도

인간의 본성은 사유와 질문을 통해 때로는 지극히

이타적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Plato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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