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요가

천천히 오래도록 하는 것에 대하여

by 여름비 CLIO

나는 금사빠다. 좋은 게 있으면 그게 사람이든 사물이든, 금방 사랑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그 대상에 대해서 아주 아주 몰입해서 대상을 탐구한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대상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내서 그 대상에 대해서 익숙해지고 싶어 한다. 그렇게 그 대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이 되면 둘 중 하다나. 사랑이 식어버리거나 더 좋아지거나. 누군가는 내게 그렇게 하면 무엇을 알아가는, 성취하는 재미가 없지 않냐고 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오롯이 온전한 상태로 좋아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어떤 대상에게 열 가지의 모습이 있다고 하면, 그 열 가지를 다 알아서 그 열 가지를 오롯이 전부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또 그 대상을 몰랐던 시간이 너무 아쉽고 아깝다. 그래서 알게 된 이상 온 힘을 다해서 좋아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초반에 너무 속도를 내면 분명 잃는 것이 있다. 일단 대상과 나의 속도가 안 맞을 수 있고, 또 제대로 못 보고 넘어가버리는 경우도 있을 거다. 그렇게 해서 놓쳐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어쩌면 나는 싫증을 잘 내는 사람이 아닐까. 무언가를 꾸준히, 오래도록 해보는 것. 그것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니, 운동이든 취미든 오래 한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이든 시작을 하면 꾸준히 1년 이상은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 중 하나가 새벽 요가다. 새벽 요가는 아침 6시에 한다. 처음, 요가원에 등록하러 갔을 때 6시에 시작하는 요가를 새벽 요가라고 해서 조금 갸우뚱했다. 내 기준으로 새벽은 4시, 늦어도 5시 정도이고 6시는 아침이다. 그래서 뭐, 어렵지 않겠네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사실 요가원이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차로 10분 거리이긴 하지만, 집에서 주차장으로 가서 차에 타고, 또 운전해서 요가원까지 가고, 또 주차하고 올라가는 데에 꽤나 시간이 걸린다. 일어나서도 바로 나가는 게 아니라 정신을 좀 차리고 가야 하니, 적어도 5시쯤에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해야 한다. 이러저러한 시간들을 계산해 보면 6시에 시작하는 게 새벽 요가인 것이 맞는 셈이다. 아침 6시에 하는 요가 수련이 만만했지만, 곧 오만했던 나의 태도를 반성하며 요가 수련에 참가한다.



새벽 요가 수련은 월요일과 목요일 아침에 한다.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에는 40분 정도 요가 수련을 하고 20분 정도는 싱잉볼 명상을 한다. 목요일에는 50분 요가 수련을 하고 10분 정도 명상을 한다. 그렇게 매주 2회 새벽 수련을 하고 있고, 그게 벌써 15개월 차. 처음 3개월은 무척 재밌었지만, 다음 3개월은 몸을 베베 꼬면서 갈까 말까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수술을 하게 되어서 몇 주 쉬었다가 다시 수련. 수술 후의 요가는 너무 죽을 맛이었다. 대부분 요가가 정적인 운동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보기보다 역동적이며 근력을 요하는 동작들이 많다. (그래서 오랫동안 요가를 수련하신 분들의 신체를 보면 잔근육과 속근육이 아주 아름답다) 특히 복근과 허벅지 근육을 요하는 동작이 많은데, 복강경 수술을 했던지라 배에 힘을 주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고, 할 수 없는 동작들도 너무 많은 것이다. 10개월쯤이 고비였다. 못하는 것을 계속하는 것에 의미가 있을까. 또 빠르게 판단을 내려볼까, 하고 평소 버릇이 나올 즈음 마음을 다잡고 '1년은 하기로 했으니 좀 더 해보자' 하고 계속 요가수련에 참석했다. 그렇게 15개월 동안 매주 2회 새벽 요가를 하고 있다.



1년이 넘었으니 이제 웬만한 동작은 하려나 싶겠지만, 웬 걸이다. 여전히 못하는 동작들이 많다. 허리와 고관절 쪽이 좋지 않아서 전굴과 후굴 동작이 잘 안 된다. 거기다 정말 동양적인 체형이라 팔이 짧아서 손이 바닥에 잘 닿지 않는다. 그래서 늘 선생님이 '그게 다 뻗은 거예요?'라고 물어보시기도... 한 번은 인스타그램의 릴스에서 주인이 요가하는 걸 따라 하는 강아지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모습이 꼭 요가 선생님과 나 같았다. 선생님은 완벽하게 자세를 해내시는데, 나는 짧은 팔다리로 시늉만 내고 있는 그런 느낌.(아 눈물 좀 닦고).


이 아이는 귀엽지만, 나는 귀엽지 않다.. (출처 : 인스타그램 계정 @my_aussie_ga)l


여전히 요가 동작은 못하는 게 많지만 아직도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아침에는 요가를 간다. 1년 넘게 요가를 하면서 그냥 습관이 되어버렸다. 아침 다섯 시가 되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이 떠진다. 이제 드디어 몸이 기억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수련 후 하는 명상도 너무 좋아서 빠질 수가 없다. 특히 싱잉볼 명상은 너무 소중하다. 월요일 아침, 자칫하면 바쁘고 조급한 마음이 가득 차기 쉬운데, 솥에 가득 찬 열기를 한 김 빼주는 것처럼 마음을 가라앉혀준다.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월요일을 시작할 수 있어서 좋다.


오늘 아침에는 처음으로 머리서기를 혼자 힘으로 해냈다. 아, 물론 벽의 힘을 빌렸지만. 그동안 머리서기를 굉장히 많이 시도했지만 내가 해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일단 머리를 바닥에 대는 순간 머리가 너무 아프다. 그리고 아무리 애를 써도 발을 바닥에서 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늘 선생님이 잡아주시거나, 그저 발 뒤꿈치를 드는 정도까지로 만족을 했는데, 오늘은 혼자서 머리서기를 한 것. 물론 여전히 정수리 부분의 통증은 있었지만 이제 참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에게 시간과 여유를 준 결과물인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서두르지 않는 것, 오래도록 해나가는 방법에 대해서 이 나이가 되어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다. 이런 몽글몽글한 기분을 주는 새벽 요가를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나.


새벽 요가를 빠지지 않고 가는 이유가 또 하나가 있다. 이 시간대에 수련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들 새벽에 일어나 요가 오는 게 무척 힘든지, 2개월 이상을 버티는 사람을 못 봤다. 대부분 3개월 등록을 하고, 결국은 저녁 시간으로 옮겨갔다. 이 요가원에서 유일하게 1년 넘도록 새벽 수련을 하는 회원은 나뿐이다. 덕분에 나는 개별지도를 받아서 좋긴 하지만, 원장님은 안 좋으시려나.. 뭐, 그만두라고 하지 않는 이상, 내 신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새벽 수련은 계속 할 생각이다. 새벽 요가 너무 좋은데, 왜 안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