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를 할 때면 무척 떨린다.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말을 풀어가면 좋을지 매번 걱정을 한다. 같은 곳에 출강하는 연속적인 강의라면 매번 보는 얼굴일 테니 그나마 부담이 덜할 텐데, 요즘 하는 강의는 매번 듣는 사람이 바뀐다. 강의를 갈 때 알고 가는 것은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의 나이대 정도이다. 그 나이대의 평균치를 가지고 수업을 준비한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이 어느 정도 되는지, 그리고 이 강의에 호의적인지 아닌지도 무척 중요하다. 사는 곳에 따라서 경험과 지식이 많이 다르기도 하기 때문에 나는 강의 가기 전에 무조건 강의를 들으러 오는 사람들의 사는 환경도 공부해서 간다.
요즘은 공교육에 진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그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관심사에 대해서 계속해서 공부 중이다. 그리고 학교로 출강을 가는 경우는 학교 주변의 환경 등을 파악하고 간다. 학교의 연혁과 교가, 교화 등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듣는 사람들의 환경을 알아보고 그 내용을 수업에 녹이면, 학생들의 집중력이 아주 높아진다. 그렇게 집중력이 높아지면 수업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지고, 짧은 시간이지만 친밀한 유대감이 생겨난다. 특히 어린이들은 자신의 것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다는 것 - 예를 들면 교가나 학교 주변에 있는 유명한 무언가 -을 알면 무척이나 기뻐한다. 그게 얼굴에 바로 드러나서 너무 귀엽고 고맙다. 그래서 어른보다 어린이들이 더 쉽게 친해질 수 있다. 아..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내 정신연령이 낮아서일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네. 암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 가면 보통 두 시간을 수업하고 온다. 첫 시간에는 어린이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말들을 풀어내고, 어린이들의 집중력을 확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을 한다. 그러고 쉬는 시간이 되면 어린이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온다.
"선생님, 그거 어떻게 알았어요?" "선생님, 그거 뭐예요?"
등의 질문 세례를 받는다. 그렇게 10분을 어린이들과 쫑알거리고 나면 두 번째 수업시간은 아주 수월하게 진행된다. 첫 번째 시간과 쉬는 시간에 쌓은 친밀함을 바탕으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역사 수업 시작. 그러면 어린이들이 어려워도 들어준다. 정말 애를 써서 들어준다. 어렵지만, 방금 친해진 사람이 하는 이야기니까 하고 들어주는 시늉이라도 한다. 정말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수업을 하는 동안 웃음이 나는 걸 꾹 참고 수업을 진행한다.
물론 이렇게 진행되지 않을 때도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내 말이 가닿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냥 수업시간이니까 앉아있습니다,라는 표정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내가 더 애를 써야지. 그런 친구들도 한 번은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해야지. 하며 마음을 다독이지만, 그래도 강의가 내 뜻대로 안 풀린 날에 속이 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어느 한 수업에서 아이들의 차가운 눈동자에 조금은 상처를 받았었다. 가기 전부터 여러 점에서 걱정을 했었는데, 결국 그 아이들의 마음을 붙잡지 못했다. 그 수업으로 약간은 의기소침해졌다. 그리고 며칠 뒤 다른 수업을 했는데, 거기서 이런 선물을 받았다.
수업을 마치고 정리하고 나오는데, 한 아이가 나를 붙잡더니, "선생님 이거 선물이에요" 하고 주는 것. 수업 중 컬러링 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컬러링을 하고선 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내가 그날 입은 걸 너무 잘 포착했어서 깜짝 놀랐고, 그 시간에 나를 그려줬다는 거에도 감동. 손목에 워치 차고 있던 것도, 슬리퍼를 신고 있던 것도 기가 막히게 포착해서 다 그렸다. 근데.. 근데.. 왜 짝가슴이야..ㅋㅋㅋㅋㅋ 티.. 났나..?
사실 그날 수업도 엄청 잘 진행되어서 마음속으로, 오늘도 성공이다!! 하고 있었는데, 이런 선물까지 받고 나니 내 강의에 응원과 보답을 받은 것 같아서 무척 행복했다. 그래서 여기저기에 막 자랑하고ㅎㅎ 지금도 집의 책장에 붙여뒀다. 강의를 준비할 때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이번 강의도 잘해야지!' 하고 다짐을 한다. 앞으로 정말로 더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