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서평
*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려 7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많은 사람들이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있는 <총, 균, 쇠>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무기와 병균, 금속이 어떻게 인류의 운명을 바꿨는가를 알려주는 서적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책을 읽다보면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 하나의 주제로 요약됨을 알 수 있다.
'각 대륙의 문화와 기술의 차이가 생물학적인 차이가 아닌 지리적, 생태적 환경 차이에 기인한다'
즉 인종간의 유전학적인 차이보다 환경의 영향이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 균, 쇠를 '발전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면 전제조건은 '식량'이다. 식량이 생산되면 더 많은 사람을 부양할 수 있기 때문에 인구가 증가하게 되고 정착생활을 할 수 있다. 또 잉여식량이 증가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즉 계급이 분화되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가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그런데 인류가 수렵채집을 버리고 농업을 택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지역에 작물화될 수 있는 식물과 가축화될 수 있는 동물이 얼마냐 있느냐'이다. 단순하게 수렵채집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농경사회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농사의 경쟁력이 수렵채집보다 높아야 사람들이 생활방식을 바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곡류, 콩류, 염소, 양, 돼지 등의 동식물 존재여부는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비옥한 초승달 지역'으로 불리는 서아시아(메소포타미아) 지역을 예로 들어보자.
이 지역은 우선, 지중해성 기후로 겨울은 온난다습하고 여름은 길고 건조하다. 이러한 기후에서는 긴 여름에도 살아남았다가 비가 올 때쯤 빠르게 성장을 재개할 수 있는 식물이 자란다. 이런 식물들은 한해살이라서 줄기를 만드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 종자(씨)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먹을 수 있다. 곡류와 콩류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 자화 수분을 할 수 있는 식물의 비율이 높았다. 쉽게 말해서 한 식물 스스로 수분을 하여 증식할 수 있었다. 따라서 벌이나, 새 등의 도움을 이용해 꽃가루를 옮겨 수분을 하는 식물들보다 확산되기 쉬웠다. 또 타화 수분을 하기도 하는데 이로 인해 새로운 변종이 생겨 사람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그곳에는 가축화된 대형 포유류의 야생 조상도 풍부했다. 염소와 돼지, 양, 소 등의 동물들은 노동력으로 이용이 되기도 하며 단백질의 주된 공급원이다.
즉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기 위한 기후적, 지리적인 여건이 갖추어져야 농업의 비교우위가 생기고 기술발전의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총, 균, 쇠>의 대부분의 내용은 이러한 환경적 요인을 지역별로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균은 무엇을 의미할까?
책을 읽기 전에는 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균은 세균이나 전염병을 생각하면 된다. 한 국가의 발전과 번영은 결국 다른 국가와 대륙을 정복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었다. 농업을 통해 정착생활을 하고 도시가 발전하면 오물, 식수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균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아진다. 동물의 가축화 과정에서 전염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균은 물론 전염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해당 균에 자주 노출될수록 면역력이 증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구대륙, 유럽의 사람들이 신대륙인 아메리카를 침략했을 때 신대륙의 사람들은 구대륙의 균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고, 유럽의 병사들은 더 쉽게 남미의 국가들을 점령할 수 있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 즉 새로운 지역의 병원균에 취약해 병에 걸리는 상황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내용이 하나 있다.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고 지리적인 여건도 좋았던 중국은 왜 유럽에 따라잡히게 되었나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그 답은 유럽은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중국은 정치적으로 통일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경우 하나의 정치적 결정이 발생하면 다른 결정은 사장된다. 당파가 있다고 해도 찬성과 반대 즉 두 가지 의견만 존재했다. 반면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각각의 다른 정치체제 혹은 정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좋은 것을 따라갈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시행착오 관련 비용 역시 줄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