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서평

by 한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삶의 여러 영역으로 퍼져가는 시장의 원리와 시장으로 대체될 수 없는 가치의 영역에 대한 선 긋기의 문제를 다루는 책이다.


책에서 샌델이 강하게 다루는 주제는 '인센티브'다. 돈으로 살 수 없었던 영역들이 자본주의와 시장이 확장해감에 따라 점차 돈으로 거래되고 있다. 샌델은 인센티브의 효과를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인센티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샌델의 의도는 인센티브의 허점을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인센티브의 단점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샌델의 주장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고, 샌델의 허점을 파악하면서 그와 동시에 인센티브와 관련된 정책에 수정을 가하고 싶었다.


불임시술에 대한 현금 보상에서 샌델은 두 가지 근거로 불임시술을 반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는 강압이다. 만약 불임시술을 하는 대가로 현금을 주는 행위가 양자 간에 자발적인 협상에서 나온 결과라면 이는 타당하다. 하지만 거액의 돈을 지불하며 불임시술을 장려하는 것은 거절하지 못할 유혹을 통해 얻은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자발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샌델이 지지하는 근거로 인센티브가 매매대상의 본질을 부패시킨다는 것이다. 전자의 반박은 사실 근거가 빈약하다. 불임시술에 대한 인센티브는 30달러였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큰돈일 수 있지만 아이를 영원히 낳을 수 없는 조건을 감안하면 '강압'이라고 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보기 힘들다. 반면 후자는 협상 자체가 부패라고 주장한다. 생식기능을 매매하는 것은 생명을 탄생시키는 중요한 부위를 거래할 수 있는 도구 취급하고 격하시키는 행위이다.


이 부분에서 샌델은 극단적인 주장을 하게 된다. 불임시술을 장려하는 해리스가 여성을 스위치로 움직이는 도구쯤으로 여긴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첫 의문이 생긴다. 과연 해리스는 여성, 혹은 여성의 생식기를 샌델이 주장하는 그러한 태도로 바라봤을까? 일단 해리스가 불임시술 장려를 시작한 이유는 마약중독자 가정에서 태어날 아이를 안타깝게 여겼기 때문이다. 해리스의 관심은 아이들에게 있을 뿐, 주어진 상황만으로는 그들의 생식기를 격하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거래 과정에서 과연 부패가 발생했는가? 샌델은 생식기능이 매매되는 상황 자체를 부패로 본다. 하지만 마약중독자와 해리스 중 어떤 누구도 불임시술에 동의할 때 생식기능을 원래 가치보다 격하시켜 바라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알 수 없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불임시술의 매매대상은 관련 '생식기능'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따지고 보면 매매대상은 불임을 가능하게 하는 기구다. 보청기를 사고 팔 때 우리는 '듣는 능력'을 사고 판다고 말하지 않는다. 보청기라는 기구를 사고 팔 뿐이다.


샌델이 말하는 학생들에게 학업 성취와 관련해 장려금을 주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여러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독서나 수업참여, 성적 향상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샌델이 비판하는 것은 우선 '인센티브가 효과가 있는가'이지만 그것을 논하기 이전에 이런 생각이 든다. 학생들에게 돈을 주고 수업 참여를 시키는 행위는 학생들을 도구 취급해서일까? 자식들에게 돈을 주고 심부름을 시키는 부모님은 자식을 고작 물건을 사오는 도구쯤으로 여기는 것인가? 다소 유치해보일 수 있는 의문일 수 있으나 이에 대해 샌델은 어떤 답변을 할지 궁금하다.


논의를 확장해 나가다 보면 샌델식 부패는 이미 삶의 많은 영역에서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부패를 함부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가서 샌델이 학업 장려금을 비판하는 이유, 또한 불임시술을 비판하는 이유는 그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센티브는 분명 사람들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지만 통계를 봤을 때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여기서 말하는 결과적으로 효과적인 변화는 그것이 학생들의 태도 변화를 일으킨 경우를 말한다. 인센티브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한계이기도 한 것은 인센티브가 학생들의 행위변화는 유도했지만 그것이 태도변화까지 넘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센티브를 그것만으로 반대할 수는 없다. 인센티브는 분명 행위변화에 효과적임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나는 인센티브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에서 인센티브는 샌델이 말하는 '부패'와 거리가 있으며 행위변화를 일으키는 데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태도변화에 대해서는 분명 부완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불임시술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는 마약중독자들에 대해 도구를 사용한 불임시술이 주로 나오지만,

이 책에서는 샌델이 말하는 부패가 어떤식으로 세상에서 발생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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