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서평
사람 셋. 뭔가 애매한 숫자이다.
2인석도 있고 4인석도 있지만 3인석을 찾기는 힘들다. 보통 2인석에 의자를 하나 추가하거나 4인석에 3명이 앉는다.
세 명이 길을 걷는 것도 무언가 애매하다. 도로는 보통 세 명이 나란히 걷기에는 좁다. 보통 두 명이 나란히 걷고 한 명은 앞장서가나 뒤따라 간다. 그래도 남은 한 명은 내심 소외감을 느끼거나 뻘쭘해질 때가 있다. 적어도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렇다.
도형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삼각형은 그 형태가 안정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불가능의 삼위일체'가 생각나기도 한다. 경제학에서 안정된 환율,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 독자적 통화정책. 삼각형의 두 꼭지점을 만족시킬 수는 있으나 세 꼭지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개념이다.
'나주에 대하여', '공룡의 이동경로', '동경'. 내가 읽은 김화진 작가의 작품들이다. 세 작품을 읽으며 느낀 점은 ㅡ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ㅡ 김화진 작가는 이 셋이라는 특수성에 가장 관심이 많은 작가다.
동경은 아름, 해든, 민아 세 명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책이다.
세 사람의 유대감, 행복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그 이면에서 발생하는 소외감, 열등감, 서운함 등을 현실감 있게 묘사한다. 우리의 일상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상깊었던 점은 세 명의 관계성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흘러 간다'에 있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유지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세 명의 인물은 스스로와 상대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도 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들이 취하는 방식은 '그대로 두기'다.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둠으로써 그들의 관계는 흘러간다. 관계가 유지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더 알아가는 과정이 있겠지만 나는 흔히 말하는 이해나 포용으로 정의하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점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너를 좋아한다' 그건 이해인가 사랑인가. 아니면 둘 다인가?
그게 무엇이든 나는 '그대로 두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셋이라는 안정적인 듯 위태로운 포지션에서의 처세.
친구가 된다고 할 때, 언제나 셋은 퍽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 나머지 둘을 생각할 때의 마음과 한 명 한 명을 각각 생각할 때의 마음이 다를 테니까요. 둘일 때와는 차원이 다르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의 경우의 수가 늘어나니까요. 그것을 하나하나 상상하고 있자면 머리가 아프고 …… 하지만 가까워져버린 이상 생각을 멈출 수가 없고 …… 그렇지만 결국 나는 그 두 사람을 모두 좋아해서 셋은 셋으로 남은 것이겠죠. 그리고, 나까지 포함해서 셋인 것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셋이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상깊었던 작가의 말과 함께 그들의 우정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 . .
삼각형을 엿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생각과 성격이 비슷한 아름에게 몰입하며 이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