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의미

<무의미의 축제> 서평

by 한신

*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마지막 작품인 무의미의 축제.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머리에 물음표가 가득해진다.

전개는 산만하고 등장인물들은 알 수 없는 얘기들을 늘어놓는다. 이야기는 현실적이면서도 우화적이다.

소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소설에서의 현실인가? 그렇지 않다면 하나의 인형극인가?


소설에 등장하는 스탈린은 사냥에 대한 자신의 과장된 업적을 '농담'으로 얘기하지만 아무도 그의 얘기에 웃지 않는다. 오히려 그의 거짓말을 역겨워하며 그가 없는 화장실에서 그를 욕한다. 아무도 그의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주위 누구도 농담이란 게 뭔지 알지 못하게 됐으니까. 나는 바로 여기에서부터 새로운 역사의 시기가 도래한 거라고 봐.


반대로 다르델로는 라몽을 그의 파티에 초대하며 그가 암이라고 거짓말한다. 라몽은 그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가 암이라는 말을 듣고 측은함을 느낀다. 농담은 농담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거짓말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자기 거짓말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이상하게도 그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떠한 이득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악의도 없는 '무의미'한 거짓말. 나는 작가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는 무의미에 대한 통찰을 가지고 있다. 삶을 살아가도 보면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냐'라는 말을 되뇌이게 된다. 우리의 대화, 먹고 마시는 것과 행위하는 것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애초에 삶은 의미가 있을까? 모든 것이 허무해지고 때로는 그러한 사실이 두렵기도 하다. 개인의 신념에 따라 이른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겠지만 문득 찾아오는 허무감을 모두가 한번쯤은 느껴봤을 것이다.


뭔가 신비하게 만드는 즐거움이 너희에게 보호막이 돼 주었을 거야. 하긴 그게 우리 모두의 작전이기도 했지. 우리는 이제 이 세상을 뒤엎을 수도 없고, 개조할 수도 없고,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막을 도리도 없다는 걸 오래전에 깨달았어. 저항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세상을 진지하게 대하지 않는 것뿐이지.


허무함은, 그리고 무의미는 우리의 존재 의의를 위협하는 것 같지만 무의미를 통해 우리는 자유해질 수 있다. 우리를 억압하는 것은 없다.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어떠한 가치도 없으며 자유로움 속에서 우리는 가볍게, 진지하지 않게 세상을 대하게 된다.


소설에서는 사실과 거짓, 혹은 농담이 뒤섞인 채로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 주를 이루지만 작가는 궁극적으로 농담이 농담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농담이야 말로 '무의미'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농담에 쾌활하게 웃을 수 있는 삶. 삶을 농담처럼 바라보는 태도.


이제 나한테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그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더 강력하고 더 의미심장하게 보여요. 하찮고 의미 없다는 것은 말입니다, 존재의 본질이에요. 언제 어디에서나 우리와 함께 있어요. (중략) 여기, 이 공원에, 우리 앞에, 무의미는 절대적으로 명백하게, 절대적으로 무구하게, 절대적으로 아름답게 존재하고 있어요.


세상을 농담처럼 바라보자. 어렵고 힘든 일에 대해 함부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그 조차도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가벼운 태도로 바라보자. 문제는 무거워 보이나 사실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다. 무의미한 세상을 순진무구한 니체의 어린아이처럼 즐기자. 즐겁고 행복한 일들도 무의미한 걸까? 즐겁고 행복해하면 된다. 내가 즐겁고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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