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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큼대마왕 Aug 08. 2022

26. 떠오르는 비건 푸드의 성지,
베트남

2018년 8월, 치킨의 대명사인 KFC가 ‘비건 치킨버거’를 세계 최초로 영국과 베트남에서만 한정 출시했다. 



동물성 음식을 거부하고 적극적인 채식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 ‘Vegan (비건)’과 동물인 닭고기가 함께 표현되는 모순적인 ‘비건 치킨 버거’라는 메뉴도 독특하지만 KFC는 왜 하필 ‘베트남’에서 세계 최초로 비건 치킨 버거를 출시했을까? 


음력 1일에 채식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베트남 사람들


베트남에는 1천만 명의 불교도와 불교에서 파생된 베트남 자생 종교인들이 있는데 이들은 매월 음력 1일과 15일 그리고 개인적인 애도일과 기도일에는 육식을 금하고 채식을 하는 이들이 많다. 꼭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돌아가신 부모님과 조상에 제를 올리는 것이 당연시되는 베트남의 유교 문화와 살생을 금하는 불교문화가 생활 곳곳에 혼재되어 있어 살생으로 인한 업보와 윤회에 대한 믿음으로 조상들을 위해 한 달에 2~3번은 채식을 하기도 한다. 특히 KFC가 베트남에서 한정적으로 출시했던 8월은 베트남 사람들이 조상들을 기리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음력 7월 15일 백중절이 있는 날이었다. 딱히 불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이 날만큼은 돌아가신 조상들을 위해 채식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KFC가 이 시기에 맞추어 베트남에 비건 치킨버거를 출시한 것이다. 채식을 하는 비건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어 닭고기 메뉴가 브랜드의 상징인 KFC 마저도 고객 확보를 위해 대변신을 시도하면서 그 실험 무대로 베트남을 선택한 것이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Qc8CRG6BLK8


미국과 유럽의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 베트남 음식은 인기 있는 비건 푸드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호주, 영국 등의 지역 일간지에서 선정하는 ‘맛있는 채식 식당 리스트’에는 대체로 베트남 식당들이 들어가 있다. 게다가 서양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베트남 비건 푸드에 대한 인기가 많아 글로벌 여행 사이트나 여행자들의 블로그에는 베트남 비건 푸드에 대한 각종 정보와 호평 일색이다. 


베트남 최대 음식 주문 플랫폼인 Foody에 등록된 채식 식당은 2022년 현재 호찌민 1200여 개, 하노이 200여 개이다. 호찌민 지역에 채식 식당이 많은 이유는 불교 신자들이 더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열대지방이자 드넓은 남부의 평양 지대라 과일과 농산물이 풍부해서 다양한 비건 메뉴가 개발될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트남 슈퍼마켓에서는 채식 라면, 콩으로 만든 인조 고기도 쉽게 구매할 수 있다.



2019년 글로벌 리서치 회사 Statista가 발표한 ‘베트남 소비자 채식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중 29.0% 가 일주일에 3~6 차례 채식을 한다고 답했다. 또한 일주일에 1~2차례 채식을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26.2%로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채식을 하는 비율이 전체 54.2%나 되었다. 



 ‘채식을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복수 응답에서는 ‘채식이 더 건강한 음식’이라서라는 응답이 61%로 1위를 차지했다. 그 외에도 40%가 ‘동물 복지’를 위해서라고 답변을 했다. 눈에 띄는 답변이 36%가 응답한 ‘최근 음식 트렌드를 따르고 싶어’와 38%의 ‘비건 다이어트’를 위해서였다. 대체적으로 채식을 하는 이유가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함이며 이는 베트남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마트에 진열된 호두, 아모든, 마카다미아, 팥으로 만든 우유들이 진열되어 있다.


슈퍼마켓의 우유 진열 공간에도 비건 경쟁으로 뜨겁다.  요즘 베트남 슈퍼마켓의 진열 공간 중 비건 제품들의 경쟁이 치열한 곳은 우유 진열 공간이다. 2018년 베트남 최대 우유 회사인 Vina Milk는 호두, 아몬드, 팥 우유를 출시했으며 3위 업체 TH Milk 역시 호두, 아몬드 우유에 추가로 마카다미아 우유를 출시하며 경쟁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전통적으로 아침에 두유를 많이 먹었는데 유전자 콩을 사용한 두유에 대한 불신이 형성되면서 한국의 쌀음료가 두유를 대체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에서 견과류 우유가 베트남 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Vina Milk의 견과류 우유는 한국으로도 수출되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과 대만으로도 수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캐슈넛 치즈 미래 베트남 먹거리


한 때 세계 캐슈넛 수출의 50%를 차지했을 정도로 최대 생산지인 베트남에서는 캐슈넛을 이용한 비건 치즈를 상품화하고 있는 스타트업도 있다. 


캐슈넛으로 만든 치즈


아직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소규모로 온라인 판매하고 있지만 베트남 거주 외국인들과 채식을 원하는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인기이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보다는 자연환경 보호를 목적인 사람도 있다. 지구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56%가 소를 키우면서 발생된다 해서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하는 목적으로 유럽에서는 비건 치즈가 인기 있다.


 


스위스의 공영 방송 Swissinfo.ch는 ‘The Swiss cheese of the future is made from nut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캐슈넛으로 만든 다양한 치즈들과 스위스를 상징하는 퐁듀까지 만들어 내는 것을 소개했다. 또한 일반 치즈를 생산하는데 16리터의 우유가 필요하지만 비건 치즈는 1kg의 캐슈넛과 0.5리터의 물만 필요하기 때문에 매우 친환경적이다. 베트남이 비건 치즈를 제조하기 위한 필수 원료인 캐슈넛의 주요 원산지이니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더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서 유럽으로 수출할 기회도 많다.


한국의 개성 넘치는 비건 푸드 기업들이 베트남을 새로운 시장으로 바라 보고 진입을 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베트남의 비건 상품 개발이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각광받기 위해서는 세심한 디자인과 상품 기획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과 식품 개발 인력들에게 좋은 기회이다. 


떠오르는 비건 푸드의 소비 시장으로서도 세계 여러 나라로 수출하기 위한 생산 기지로서도 베트남은 비건 푸드의 떠오르는 성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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