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익분기점을 간신히 넘긴 영화 <한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사람들이 많다.
그렇긴한데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1
<사람들이 실망한 이유>
- 이순신이 너무도 과묵하다. <명량>에서의 이순신 최민식 배우와 같은 무게감도 부족하다. 세상 사람들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능영웅을 원하는데 이번 이순신에는 그런 모습이 없다. 거북선이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영웅 노릇을 하는데 거북선이 로보트 태권V도 아니고 관객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2
<그래서 리얼한 영화, 한산>
- 개인적으로 자주 쓰면서도 싫어하는 말이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라는 말이다. 사회가 엉망진창이 되어 시스템이 붕괴되어 존재감 없이 평이하게 살던 사람이 어쩔 수 없이 영웅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자체가 싫기 때문이다. 그렇게 튀어나온 영웅이 어지러워진 세상을 바로잡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제 자리로 돌리려는 수많은 민중들의 힘 속에서 질서가 돌아오고 정의가 생긴다. 영웅은 그 민중들의 힘 속에 올라선 것뿐이다.
- 김한민 감독은 전작 영화 <최종병기 활>, <명량>에서도 항상 민중이 어려움을 이겨냈고 세상을 바꾸었음을 강조한다. 물론 <명량>의 이순신역 최민식 배우의 카리스마가 돋보였지만 그건 영화 속 이순신이 아니라 배우 자체의 힘이다. 실상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의 비중은 적었다. 최민식이라는 개인의 존재감이 그렇게 보였을 뿐이다. 그래서 배우 박해일이 돋보이지는 않지만 절제력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래도 우리 민족 모두가 생각하는 성웅 이순신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강해 관객은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겠지만 박해일은 그 슴슴한 이순신 역할을 잘 해내어주었다.
한산
3.
영화 <한산>은 그래서 MSG 안들어간 슴슴한 요리 같다. 유명한 맛집이라고 찾아 갔는데 맛이 밍숭맹숭해서 실망한 경우들이 많다. 얼큰하고 칼칼하니 잔뜩 양념을 무얼 먹은 것 같은데 말이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맛을 속이는 짓이다.
영화 <한산>에서 MSG는 거북선에 잔뜩 발라졌으나 조선시대 로보트 태권V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납득할 수 없었다. 다만 손에 잡히는대로 농기구를 들고 의병이 되어 왜군과 싸운 민중 영웅들을 봐야 한다. 이번 전투의 핵심인 근접전에 필요한 화약 염초를 밤새 만들었을 민중들, 바닥이 바닷물에 젖어 있는데 그 미끄러울 수 밖에 없는 짚신을 신고도 자리를 지키며 미친듯이 노를 저어 배를 빠르게 움직이게 하는 노꾼들(영화 300에서와 같은 그 흔한 근육도 없다), 그리고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은 수 많은 무명의 군졸들, 그리고 영화에서는 기생으로 보여주었지만 역사에도 사람들의 구전으로도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분명 중요한 역할을 했을 여성들. 어느 하나에 집중되지 않고 수 없이 파편화된 영웅들을 관객들은 감지하지 못하다보니 영화는 뭔가 맹탕같다. 하지만 그렇기에 리얼하고 그것이 진짜 역사이다.
4
역사는 반복된다. 나라가 대위기에 처해있음에도 수도를 버리고 도망간 선조, 그렇게 저주하던 북한 공산군이 쳐들어오자 거짓 방송으로 국민들은 지키게하고 혼자 단숨에 논산까지 도망가버린 이승만.
실력이 없어 국가의 귀한 자산이자 소중한 부하들을 죽음에 몰아 넣었음에도 뻔뻔하게 버티고 나중에는 그 공을 차지하는 자는 영화 속에서나 과거에서나 그리고 지금도 사회 곳곳에 여전하다. 이 영화는 이순신 개인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질서를 바로 잡으려는 의로운 민중들에 대한 영화 3부작 중 2부이며 훌륭한 영화이다.
역사는 우리 민중들이 바꾸는 것이지
어느 엘리트 영웅이 바꾸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