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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주재원 생활 6.
-해외 사업 준비 안된 한국

by 앙큼대마왕 Jun 27. 2023


요 며칠 베트남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기업 몇 곳 주재원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답답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1. <해외 근무는 혜택??>


- 해외 진출을 거의 해보지 않은 기업들한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들인데 10년 전과 지금이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을 보면 답답하기도 하고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분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 아직도 많은 한국 기업들이 해외 출장, 해외 근무를 '혜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해외 출장 다녀오면 기념품을 사 오라고 강요하거나 베트남에 출장 와서는 현지 주재원에게 밥값과 술값을 다 떠넘기기도 한다.


- 전에 굴지의 모 대기업 베트남 법인장은 주말마다 본사 임원들이 베트남 출장을 와서는 골프장 부킹을 요구하는데 비용은 당연히 법인장의 몫이라 많이 힘들어했었다. 굴지의 대기업이라 회사 비용으로 주말 사적인 활동에 대한 비용 처리를 할 수 없는데 밥 값이며 골프장 이용 비용을 모두 현지 법인에 떠 넘겨버리는 것이다. 그 법인장은 매번 사비로 금액을 해결했다.


2. <해외 근무 선호는 옛말>


- 한 때 회사원들의 로망은 해외 주재원이었다. 회사원으로서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뜻이기도 하고 해외, 특히 동남아 지역에서는 수영장 딸린 집에서 지내면서 아이들은 한국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국제학교를 보낼 수 있어서 좋아하기도 했다.


- 하지만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 나갔다가 승진을 못하고 본사에서 본인이 소속된 팀에서는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한국 본사 복귀했더니 본인의 일할 공간 없이 인사발령 대기를 하고 있거나 해외 사업 성적이 신통치 않다며 감원대상이 되기도 한다. 

왼쪽 : 출처 한국경제신문 MZ 직장인 "해외근무 싫어"… 기업 주재원 선발 '비상'/ 오른쪽 : 문화일보 기업 해외주재원 꽃보직 ‘옛말’… 기피 대상으로왼쪽 : 출처 한국경제신문 MZ 직장인 "해외근무 싫어"… 기업 주재원 선발 '비상'/ 오른쪽 : 문화일보 기업 해외주재원 꽃보직 ‘옛말’… 기피 대상으로


- 그래서 해외 주재원으로 파견 나가는 것을 꺼려하는 일들이 많다. 가끔 여러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다 보면 매번 나오는 질문이 '해외 파견 나가기 싫어하는 직원들에 대한 대처 방안'이다.


- 해외 근무를 하면 승진도 못하고, 가족들은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들이 많은 요즘 남편 해외 발령으로 부인들이 눈물을 머금고 퇴사하는 안타까운 일들도 많다. 활발하게 일하다가 아는 사람도 없이 답답한 생활 때문에 공황장애와 우울증에 걸린 가족들이 상당히 많다.


3. <해외 사업을 돈 먹는 하마로만 생각하는 관리 부서>


- 일부 기업 중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가족 없이 '단신 부임'을 종용하는 곳도 있다. 가족들과 생이별을 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가족과 생이별이 어려운 경우에는 아이가 없는 직원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국제학교에 보내는 비용이 1년에 25,000달러 ~ 30,000달러가량 소요되니 이 비용을 아끼고자 함이다.


- 해외에서 사업을 운영할 적합한 인재를 뽑아야 하는데 비용이 적게  드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다 보니 일이 엉망으로 진행된다. 관리부서는 비용 절감이 자신들의 목표이다 보니 해외 사업은 아무나 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의외로 정말 많다.


출처 : 머니투데이, 해외주재원 "가정부 두고 호화생활? 요즘은..."출처 : 머니투데이, 해외주재원 "가정부 두고 호화생활? 요즘은..."


- 게다가 본사 관리자들은 현지 법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무수한 보고서 작성을 요구하기도 한다. 사소한 것들까지 문서화해서 보고하기를 요구하다 보니 본사 보고가 주재원 업무의 50%가량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현지 상황을 설명해도 한국에서의 경험을 기준으로 해외 사업을 이해하려고 해서 현지 주재원들이 일을 똑바로 못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글로벌 스탠더드가 적용되지 않은 신흥국가에서 일하는 주재원들이 이런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4. <한국 기업들 말로만 글로벌 외쳐>


- 해외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해 본 경험이 풍부한 기업들은 주재원들이 최대한 장기간 현지에서 머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특히 북미, 유럽계  글로벌 회사들은 주재원 발령을 1년 전부터 알려주고 해외로 이주할 준비를 충분히 해준다. 


- 그런데 상당수의 한국 회사들은 해외 발령 한 두 달 전에 알려주고는 살고 있는 집을 정리하고 가족들과 해외로 떠나라고 종용하기도 한다. 심각한 회사는 1주일 전에 해외 발령을 통보하고 주재원이 알아서 한국에서의 여러 일을 알아서 처리하라고 한다.


- 전세를 살고 있는 직원은 계약 기간이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베트남을 가느라 보증금을 날리기도 한다. 지인 중에는 신혼살림을 장만한 지 1년도 안되어 발령이 나는 바람에 신혼살림 모두 급하게 처분하고 온 경우도 있었다. 물론 회사가 이에 대해 비용을 보전해주니는 않는다.


출처 : 인터내셔널 SOS 홈페이지출처 : 인터내셔널 SOS 홈페이지


- 한국 기업들이 주로 파견 나가는 신흥개발국은 의료 시설이 많이 열악하기도 하지만 외국인들이 갈만한 병원은 매우 비싸다. 베트남에서도 감기에 걸려 국제 병원에 가서 진료받으면 1회에 10만 원 ~ 15만 원 정도 든다. 그래서 기업들은 주재원들에게 해외장기체류자 보험을 가입시켜줘야 하는데 인사 담당자들이 그런 보험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다.


- 코로나 팬데믹 기간 베트남 주재원이 코로나에 걸려 사경을 헤매자 1억 5천만 원의 비용이 드는 앰뷸런스 비행기를 회사가 전액 지불해서 목숨을 구했다는 기사가 미담처럼 소개된 적이 있었다. -내 입장에서 씁쓸한 냉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1년에 200만 원가량하는 인터내셔널 SOS라는 서비스에 가입하면 앰뷸런스 비행기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이나 우리 외교부, KOICA 봉사단원들은 모두 다 이런 서비스에 가입되어 있지다. 그런데 기업들은 모른다. 알려고도 안 한다. 당장의 비용이 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사람이 죽고 회사가 가입한 단체상해 보험료가 올라가면 부랴부랴 알아본다. 


- 한국 기업들은 말로만 글로벌을 외치지만 실상은 엉망진창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 이름을 대면 어지간한 한국인이라면 아는 큰 회사들일 수록 심각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중소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사활을 걸고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해서 나가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 오랜 주재원 생활과 사업을 하고 있는 선배 한 분이 해주신 명언이 있다. 


질문 : 베트남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답변 :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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