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의 기억, 사랑의 기억

by 응시하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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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옅은 온기가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모이더니 하나의 생기를 이룬다. 그리고 그 생기들이 가까워지며 온기를 나눠 작은 생명의 불씨를 만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속에서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작은 태동이지만, 분명 존재하는 생명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보듬어가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단지 어두운 기세에 눌린 탓인지, 작게 반짝이던 불씨가 조용히 꺼진다. 미처 한 번의 불꽃이 움트기도 전에 타다만 재를 남긴다. 작은 흔적이지만, 사라지지 않는 흔적이다. 나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너무나도 뒤늦게 그 흔적을 바라본다. 그리고 차갑게 식은 재를 쓸어내린다. 그 작은 주검 앞에 손을 떨면서 가만히 흐느낀다. 뜨거운 행복이었을지도 모를, 그 사라진 생명의 슬픔 앞에 무너지기 시작하는 세상을 조용히 가슴속에 매장한다. 내가 만든 생명에 대한 처음이자, 마지막 기억이다.


결국, 나는 나의 생명이 만든 행복은 모른다. 생명이 주는 행복과 행복을 나누는 기쁨은 알지만, 나로부터 이어지는 행복은 알 수 없다. 내 분수에 맞지 않을 만큼 형용할 수 없는 깊이의 순수한 행복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지만, 이번 생에 마주할 수 없는 행복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행복하다. 슬픔이 새겨지고, 마음이 쪼개어져도, 내 생명이 이어지는 한 나는 내가 지켜온 행복을 바라본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은 바라보지 않는다. 비애를 묻은 가슴으로 지금의 행복을 바라보며 그 정적에 지금의 행복을 보여준다. 차갑게 식은 절규에게 내가 바라보는 온기가 닿을 수 있다면 나는 그 이상의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살아있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그렇게 살아온 삶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마지막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잊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나는 그 슬픔을 느끼는 한 계속 살아간다. 그렇게 미처 내가 사랑하지도 못했던, 생명을 애도한다.


2024년 08월 04일

2025년 04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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