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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May 27. 2024

선택과 집중

글쓰기 모임 무사 오픈 기원 글 #9

#1

고전을 읽는다. 다른 장르는 미루어둔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읽는지 관심을 끊는다. 내가 읽을 책에만 집중한다. 세상 모든 책을 다 읽을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책과 내가 무엇을 대화하고 나누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더 많은 정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피곤해지기만 할 뿐이다. 본질을 좇아간다. 핵심만 남겨둔다. 단순해진다.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불투명한 것들에 대한 생각도 버린다.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한다.


#2

일기를 쓴다. 한 글자씩 꾸욱꾸욱 눌러쓰며 마음을 비추어 보다 보면 과거의 기억들이 먼지처럼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어떤 기억들은 이리저리 떠다니며 나를 괴롭힌다. 예전엔 그 모든 것을 하나하나 잡으려고 했다. 일일이 기록하고, 일일이 다루어야 한다고. 그냥 날려 보내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마음의 창문을 열어두고 환기를 시킨다. 그러면 어떤 기억들은 스스로 창밖으로 날아간다. 때로는 곰팡이처럼 마음의 벽에 음습하게 붙어있는 기억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예전엔 세제를 가져와서 박박 닦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새로운 창문을 내보기로 한다. 거기에도 빛이 계속 비친다면, 곰팡이가 곧 사라지리라 믿으면서.


#3

블로그에 글을 쓴다. 무엇을 써야 할까 고민한다. 내 글을 읽어주었으면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본다.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유머는 남겨둔다. 교훈과 하소연은 빼기로 한다. 정보든 감동이든 뭐라도 전달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본다. 그러다 문득 잔뜩 들어간 힘을 빼기로 한다.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는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진실한 이야기는 내 마음속에 있다. 내 이야기의 생명력이 강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때까지는 그저 조금씩 나를 다듬어가기로 한다.


#4

산책을 한다. 비가 오는 저녁, 망설이다 우산을 들고 내키지 않는 문을 박차고 나간다. 바닥을 끄는 신발의 소리, 첨벙거리는 고인 물소리, 차갑게 튀는 빗방울,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부부의 조곤거리는 대화와 숨소리, 길을 잃고 시멘트 바닥에서 꿈틀대는 지렁이의 소리 없는 몸부림, 아직 잠자리에 들지 않은 오리의 날개 퍼덕이는 소리, 길을 건너다 나와 눈이 마주쳐 당황하던 두꺼비의 스피드, 영상통화로 두꺼비를 처음 보는 아들의 신나는 비명, 오랜만에 많이 걸었다고 신호를 주는 정강이 근육, 비 오는 와중에도 공은 차는 신비로운 아저씨들, 어둑한 길에 갑자기 켜지는 가로등과 조명들, 계속 걸어도 덥지 않게 만들어준 산바람. 그런데 나는 왜 산책 나오기를 망설였을까?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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