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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May 26. 2024

타인의 시선

글쓰기 모임 무사 오픈 기원 글 #8

카페로 가는 길, 신호대기 중이었다. 우리 동네는 신호가 길어 지루하다. 자연히 눈앞의 풍경을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자동차들이 빠르게 지나간다. 룸미러로 보이는 뒤차의 보닛에는 하늘이 비친다. 차의 광택이 묻은 하늘색은 무슨 색이라 말하기도 애매하다. 내 감정이 그랬다. 딱히 도드러진 감정이 없었다. 횡단보도에는 평범한 젊은 여성분들이 꺄르륵 웃으며 담소 중이다. 아침부터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 걸까? 무슨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일까?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앗차 싶어서 시선을 돌렸다. 왠지 눈이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순간 평범한 내 시선은 불쾌한 것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그 여성이 나중에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횡단보도에서 친구랑 얘기하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차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어!”라고. 아마 그런 이야기를 들은 사람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아마 이것 때문이었을 거다. 내가 고장 났던 원인 말이다. 차를 주차하고 카페로 걸어가고 있었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이번엔 어떤 여성분과 눈이 마주쳤다. 경이롭게 짧은 시간이었다. 그녀를 본 즉시 고개를 돌리는데, 걸음 하나였다. 무슨 콩트에서 “짠! 짠!” 하면서 양손을 펼치면서 리듬을 타듯이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나에게 꽂히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내가 뭔가 부자연스러웠음을 눈치챘을 것이다. 걸음이 끊어지지는 않았지만, 리듬에서 절었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자연스러움을 연기하더라도 다 소용없는 일이다. 재빨리 모퉁이를 돌았다. 수치심이 올라와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아니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왜 그랬을까? 횡단보도에 서있는 그녀들이 쳐다보든가 말든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카페 모퉁이에서 만났던 그녀와 눈이 마주쳤을 때 여유 있게 빙긋이 웃어주고 가던 길을 가면 되었을 것 아닌가?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다. 수치심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문득 과거가 떠올랐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했던 고등학생 시절에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내 얼굴에 대한 이야기들이 기억났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내 표정에 대해서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어야 했을 것이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가상의 청중을 의식하는 사춘기의 습관을 지금까지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사실 내 평소의 표정이 궁금하긴 하다. 내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의 표정은 어떤 것일까? 글을 쓰느라 몰두하는 내 표정은 어떨까? 사람들은 내가 행복을 연기하고 있음을 꿰뚫어 보지 않을까? 행복을 좇고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이미 행복해 보이고 싶어 하는 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평소의 생활이 내 얼굴의 분위기에서 배어 나오지 않을까? 


그러다 문득 아내의 명언이 생각난다. “니가 차은우도 아닌데, 너한테 관심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맞는 것 같다. 나는 있지도 않은 시선을 의식하느라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느라 행복하지 못하면서, 행복하게 보이는 표정을 연기하는데 에너지를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결론을 내리며 마음이 편해진다. 내일 만날 사람들 앞에서는 한결 더 부담 없는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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