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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탐험가 Jun 10. 2024

카페에서 글쓰기

요즘엔 커피로 잠을 깨는 일이 없다. 매일같이 카페에 출근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샷 하나 추가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지고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열고 이어폰을 낀다. 요즘 가장 아끼는 플리를 켠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신다. 바로 이 순간의 쾌감을 사람들은 뭐라고 표현할까? 나의 경우에는 “천국”이다. 손님들은 음료를 기다리고 창밖에 자동차들은 바삐 움직이지만, 나는 다른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일상에서 분리된 기분. 이제 남은 것은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뿐이다. ‘오늘은 뭘 쓸까?’ 설렘을 느끼며 키보드를 두드리는 이 순간 행복을 느낀다.


이렇게 쓰면 팔자 좋아 보이겠지만, 사실 현실은 쉽지만은 않다. 풍족해서 여유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편도 아니다. 동네 저가형 카페에서 이제 막 글을 진지하게 쓰기 시작하는 초보자, 그게 객관적인 내 모습이다. 내가 진정으로 쓰고 싶은 글이 어떤 것인지 나도 잘 모른다. 그러니 아이러니하지만 글을 써야 한다. 상투적인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한참 동안 지켜보던 내 안의 소심한 자아가 그제야 말을 하기 시작한다. “아니, 그게 아니고…” 아마 그때부터가 진정한 글쓰기의 시작이지 않을까?


하지만 얼음도 다 녹은 커피가 바닥을 보인다. 마음의 에너지도 다 써버린 것 같다.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서 글을 몇 번 소리 내서 읽어본다. 어색한 부분을 조금 고쳐보지만, 이내 지겨워진다. 글을 업로드하고, 노트북을 닫는다. ‘좀 더 진득하게 밀고 나가야 좋은 글을 쓸 텐데.’ 내게 있어서 마무리란 타협과 동의어가 아닐까? 씁쓸한 마음으로 짐을 챙겨 카페를 나선다. 한낮의 태양이 얼굴을 찔러댄다. 찡그리며 처리해야 할 일들을 떠올린다. 그러다 문득,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면 아차 하며 생각한다. 그래도 오늘도 글 하나 썼지 않냐고. 카페에 나와 행복하게 글을 썼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냐고.


안녕하세요! '마음탐험가'입니다.
동탄에서 고전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해, 모임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트리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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